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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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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의 마지막 날이라고 밝힌 18일은 정치권이 막판 협상 타결을 위해 숨 가쁘게 움직인 하루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인수위 측 개편안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원내대표 회동, 각 당 최고위원회의를 연이어 열어 절충점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이 당선인의 조각 발표 강행으로 무산됐다.
▽노 대통령, “물류 통합 이해된다”=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해양수산부 폐지 계획과 관련해 “육로 항공 해상 물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통합해서 연계 운영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일면 이해도 된다. 물류 측면에서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회동에 배석했던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이 전했다.
그러나 천호선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겸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물류 측면에서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에 공감을 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수위 개편안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며, 협의 차원에서 이뤄진 언급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자유투표 처리’ 제안=민주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협상은 재개하지만 기존의 입장(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존치)을 고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협상 전권을 손학규 박상천 대표, 김효석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
이후 민주당 김효석,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후 1시부터 1시간여 동안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및 대통령직인수위의 수정안(통일부 존치,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는 폐지)과 ‘통일부, 해양부, 여성가족부 등 3개 부처를 존치시키는 민주당 수정안’ 등 2개를 동시에 본회의에 올려 의원 자유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이 이날 전격 제안한 ‘자유투표 결정’ 방식은 이런 상황에서 협상 결렬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당 원내대표는 1차 회동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오후 6, 7시경 다시 만나기로 하고 일단 헤어졌다.
▽한나라당 일단 연기=한나라당은 당초 이날 양당 원내대표 회동 후 오후 3시에 최고중진회의를 열어 보고를 받은 뒤 협상 타결 또는 결렬을 선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김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최고중진회의를 오후 7시로 연기했다. 당초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국무위원 발표를 강행할 예정이었으나 일단 양당 원내대표의 2차 회동 내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인수위 발표 강행=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 반경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과의 협상 결과에 관계없이 오후 8시경 조각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같은 시간 개편안 협상 관련 회의를 하고 있던 민주당 손-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이 당선인 및 인수위 태도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손 대표가 ‘정말이냐’라면서 격분했고 외부 전언 쪽지조차 전달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7시경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협상이 진행 중인데 (국무위원을) 발표한다는 것은 협상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원내대표 2차 회동을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각료 발표 이후라도 가능한 협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 측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면서 이제 협상은 없다는 자세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