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대행체제-통폐합 부처 장관 겸직’ 배제 못해

  • 입력 2008년 2월 18일 02시 56분


■ 정부조직개편 난항… 장관 인수인계 어떻게

새 총리 인준까지 늦어지면 ‘서리가 장관 임명제청’ 부담

당선인측, 부처이름 명시안한 국무위원 15명 발표도 검토

“조직이 붕 떠 있는 느낌” 부처 공무원들 사실상 휴업 상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현실적 시한으로 알려진 18일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이명박 정부’는 정상적인 각료 임명을 못한 채 파행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당초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부처는 ‘혹시나’ 하는 기대에 부푸는가 하면 통합으로 조직이 커질 것으로 보였던 부처들은 실망하는 표정이다.

▽인사청문회와 현직 장관 임명은 어떻게=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 내에서는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소관 부처를 명시하지 않은 채 15명의 국무위원 명단을 발표하고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하는 방법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15명은 현행 19명의 장관급 국무위원에서 통폐합되는 6개 부처를 제외하고 특임장관 2명을 포함한 것.

인사청문회는 증인 출석요구서를 5일 전에 발송토록 돼 있는 등 최소 12일이 소요되지만, 여야 합의로 일정을 압축하면 7일 안에도 마칠 수 있다는 게 양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 핵심인사는 17일 이같이 설명한 뒤 “통일부,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기획예산처 등 통폐합 대상 부처는 차관 체제로 운영하거나 유관 부처 장관 내정자가 겸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안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통합민주당이 청문회 일정 협의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청문요청 없이 인사청문회법이 규정한 ‘청문요청안 제출 후 20일 이내 완료’ 규정에 따라 임명 제청을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힘겨루기의 여파로 26일로 잡혀 있는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후보를 ‘총리 서리’로 임명해 장관 임명 제청을 하도록 하거나, 서리의 장관 임명 제청에 따른 효력 시비를 피하기 위해 한덕수 현 총리의 제청을 받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인수위와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때까지 각료 임명을 아예 미루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통합민주당의 ‘국정 발목잡기’를 4월 총선 이슈로 부각시킬 수 있지만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어 채택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협상 난항에 희비 엇갈리는 각 부처=해양부는 통합민주당이 해양부 존치를 끝까지 사수해 주길 바라는 눈치다. 휴일인 17일에도 일부 직원은 서울 종로구 계동 부처 사무실로 출근해 국회 동향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해양부의 한 간부는 “최근까지 부산과 전남 해안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로비를 해 왔지만 솔직히 결과에 자신이 없다. 국회 분위기가 이번 주말을 고비로 바뀌고 있는 만큼 조금 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과기부 직원들은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여야 협상과 상관없이 일주일 뒤에는 부처가 사라질 운명이어서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통합 부처 장관으로 교육계 인사인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내정되면서 중장기 과학기술 과제는 수장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통부와 과기부의 일부 기능이 합쳐져 지식경제부로 확대 개편될 예정인 산업자원부는 신성장동력 발굴, 자원외교 등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이 표류하면서 준비 작업이 사실상 올 스톱된 상태다.

산자부의 한 과장은 “실무준비는 하고 있지만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조직이 붕 떠있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차관 대행체제되면 국무회의 구성 안돼

국무회의 유지하려면 현 내각과 동거해야▼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협상 결렬로 신임 장관들이 정상적으로 임명되지 못할 경우 현 장관들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신임 장관 임명이 이뤄지면 기존 장관들은 별도의 사퇴절차 없이 자동 퇴임된다. 하지만 신임 각료 임명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현 장관들은 사퇴하지 않는 한 ‘이명박 정부’의 장관으로 복무하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이명박 당선인 측 관계자가 17일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장관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면 자동적으로 차관 대행 체제가 가동되지만, 차관들로만 국무회의를 구성할 수 있느냐는 법적 논란과 함께 국정 공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노 대통령에게 집중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현 장관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퇴임할 경우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일괄 사표를 수리해 차관체제를 가동하거나 자신의 장관 내정자들을 놔 둔 채 기존 정부의 장관들과 ‘동거’해야 하는 기형체제의 운영이 불가피하다.

특히 새 정부 장관들이 정식 임명되지 못할 경우 새 청와대 직제도 국무회의에서 적법하게 심의 의결되기가 어렵고, 대통령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도 임명장을 못 받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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