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은 곧 당선’ 오만함 버려야…”

  • 입력 2008년 2월 17일 17시 38분


‘서울을 싹쓸이 하고 전국적으로 200석 이상은 무난하다’던 한나라당의 4·9총선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섣부른 영어 몰입교육, 숭례문 국민성금 복원, 공천불협화음, 정부조직개편안 갈등 등 한나라당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이문열 “(이대로라면)총선 과반만 확보해도 다행”

4년 전 위기에 몰렸던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을 맡았던 소설가 이문열(60) 씨도 이런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한나라당이 아무 근거도 없이 압승을 공언하고, 개헌선을 거꾸로 (차지)하느니 할 정도로 위기감이 없다”며 “공천이 마치 지난대선의 논공행상 같은 걸로 비처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라면)아주 이상한 공천이 이뤄질 것 같다. 선거가 두 달 이상 남았는데 그 사이에 얼마든지 국민적인 견제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총선에서 과반만 확보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떨어지고 ‘견제론’ 급부상

최근에 진행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지난 14일 실시된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은 50%로 1주일 전 54%에 비해 4%포인트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율도 57%에서 49%로 8%포인트나 빠졌다.

반대로 새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론’은 한달새 5.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주 문화일보의 여론조사에서 ‘새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인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55.6%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이 40.8%로 나왔다.

지난해 12월말 여론조사에선 ‘안정론’ 60.7%, ‘견제론’이 33.3%였다. ‘안정론’은 5.1%포인트 하락한 반면, ‘견제론’은 7.5%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하강곡선이 역대 정권과 비교할 때 전례가 없이 가파른 것도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취임식 이후에나 지지율이 빠지던 과거 정권과 양상이 사뭇 다르다”며 “호재는 없고 악재만 겹치고 있어 총선 전까지 얼마나 하락할지 겁난다. 이제라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통합민주당(가칭) 강금실 최고위원은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의 지지율이 역대 정부에 한참 못 미치는 50%대를 보이고 있다”면서 “가닥을 잘 잡고 총선까지 잘 뛰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오만함에 망할 것”

한편 한나라당, 통합민주당과 ‘3자구도’를 이룬 자유선진당의 충청권 선전도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충청권은 당초 한나라당의 우세로 분류돼왔다.

21일 공개 예정인 한 지방언론사의 충청지역 정당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1위인 한나라당과 2위인 자유선진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일보의 함우석 논설위원은 “충청권 여론이 아직까진 한나라당에 대해 우호적이지만 이곳에 뿌리를 둔 자유선진당도 무시할 수 없다”며 “대전·충남의 경우 자유선진당의 바람이 시작됐고, 충북도 서서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 위원은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과대망상과 오만함이 한나라당에 만연하다”며 “지역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공천을 한다면 결국 ‘견제론’과 ‘대안론’이 급부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