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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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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은 16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리는 국정과제 워크숍에 장관 내정자들을 참석시키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여야의 협상 결과를 더 지켜보기 위해 내일 시작되는 워크숍에는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대 당을 자극할 수 있고 협상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지적이 제기돼 협상 결과를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주 대변인은 “국정과제 로드맵을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수석비서관 내정자와 국무위원 내정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등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1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개최할 방침”이라고 했다.
장관 내정자들을 불참시킨 것은 이들이 참석하면 협상을 먼저 포기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데다 ‘오만하고 일방통행식’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 대변인은 “(워크숍 이틀째인) 17일에는 협상과 상관없이 국무위원 내정자들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李당선인 “수석 내정자들 업무계획서 내시오”
청와대에도 ‘CEO 마인드’ 심기▼
이명박 정부의 첫 대통령수석비서관과 대변인 내정자 8명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로부터 이 같은 지침을 받았다. 새 정부에서 분야별로 추진할 과제를 담은 ‘업무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것.
뜻밖의 지시에 일부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은 부랴부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추진 중인 각 분야 현황을 파악해 이 당선인이 제시한 ‘납기일’에 맞췄다는 후문이다.
○“계획 없이 성과 없다”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은 A4용지 5장으로 제한된 업무 계획서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언제까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적어야 했다.
한 수석비서관 내정자의 측근은 “이 당선인이 내정자들의 군기를 잡기 위한 이벤트라기보다 그들이 어떤 ‘일머리’를 갖고 있는지를 문서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제대로 된 보고서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 특유의 최고경영자(CEO)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 회사로 치면 회장이 계열사 사장이나 주요 부서 임원들에게 연초에 예상 매출액을 보고하라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당선인 주변에서는 주요 과제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해야 실적을 낼 수 있다는 평소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1월 18일 인수위 회의에서 ‘업무 계획서’ 작성을 예고하는 ‘이명박식 업무 처리 지침’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규제 완화 등 주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식 사고로는 안 된다”며 “대책은 막연하지 않게 구체적으로 밝히고 구체적인 타임 스케줄을 짜라”고 지시했다. 타임 스케줄에 대해서는 “올해 상반기, 하반기 등 이런 식의 계획은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월별 계획을 짠 뒤 첫째 주, 둘째 주 계획을 짜고 첫째 주도 언제까지 어떤 일을 하겠다는 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월, 주, 일 단위의 계획을 짜고 일하라는 것이다.
○내정 직후부터 업무 보고 받게 해
이 당선인 주변에서는 장관 후보자들에게는 업무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만큼 자신과 정치적 거리가 가까운 대통령수석비서관을 국정 운영의 전위 그룹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이 당선인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강력한 국정 컨트롤 타워가 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낙점 직후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이 인수위의 해당 분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도록 조치했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열리는 오전 7시 반 회의에도 참석토록 했다. 대통합민주신당과의 정부조직 개편 협상 타결을 위한 대책회의에도 배석시킨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