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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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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얼마 전 대통령실 인선 추진 현황을 보고받으며 이같이 푸념 섞인 농담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수석비서관에 이어 청와대의 ‘허리’ 격인 36명의 비서관 인선을 놓고도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다.
이 당선인 특유의 ‘돌다리도 두드리는’ 인선 스타일 탓도 있지만 비서관으로 쓸 만한 40, 50대 그룹의 태반이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대통령실 인선은 인물난을 겪고 있다.
유력한 대통령인사비서관 후보였고 최근에는 정무수석비서관 하마평에도 오른 박영준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은 고민 끝에 대구 중-남구에 출마키로 했다. 이 당선인은 새 정부 인선 검증에 깊숙이 참여한 박 팀장에게 최근까지도 청와대행을 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승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대변인과 조해진 송태영 당선인 부대변인 등 선거만 아니었으면 비서관 기용이 유력했을 측근들도 일찌감치 총선행을 선언했다. 강 부대변인은 서울 마포갑에서 뛰고 있고 조, 송 부대변인은 각각 경남 밀양-창녕, 충북 청주 흥덕을의 표밭을 갈고 있다.
오랫동안 이 당선인의 스케줄을 관리해온 권택기 당선인 비서실 정무기획2팀장도 서울 광진갑에 공천 신청을 했고, 김영우 비서실 정책기획부팀장은 오래전부터 경기 포천-연천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전후에 합류한 전문가 그룹 중 일부도 청와대 대신 여의도로 방향을 틀었다. 경선 과정부터 이 당선인에 대한 각종 네거티브 공세를 막아낸 오세경 변호사는 검찰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통령사정비서관 후보로 거론됐으나 결국 부산 동래에 출마키로 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뉴미디어팀장을 맡으며 인터넷 선거를 실무 지휘했던 진성호 인수위 자문위원(사회교육문화분과)도 비서관 후보로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서울 중랑을에 도전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비서관 후보로 유력한 당선인 측근으로는 S, L 씨 등 10명 정도가 손꼽히고 있다. 당선인 측 한 관계자는 “공천만 받으면 어느 때보다 국회의원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측근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당선인 주변에서는 비서관 인선이 난항을 겪으면서 아래 직급인 행정관 후보군 중 능력이 검증된 고참급 인사를 비서관으로 발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