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김윤옥 여사 “혹시나…” 미역국 대신 뭇국 상차려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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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은 김윤옥(60) 여사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37번째 결혼기념일이다. 그는 해마다 이 당선자에게서 나이 수만큼의 장미꽃을 받았다. 올해는 새로운 선물이다. ‘대통령 당선’ 소식. 그는 남편의 당선이 확정되자 지난 1년여의 긴 레이스가 떠오르는지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19일은 이 당선자의 66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김 여사는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오전 8시쯤 정성스레 생일상을 차렸다. 미역국 대신 뭇국이 오른 상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미신은 믿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김 여사는 뭇국을 택했다.

김 여사는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나 수창초등학교, 대구여중, 대구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보건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는 메이퀸으로 ‘한 미모’ 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블로그엔 젊은 시절 스카프를 멋들어지게 맨 사진이 올라 있다.

이 당선자와는 소개로 만났다. 이 당선자의 야간고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이 김 여사의 오빠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김 여사는 이 당선자의 첫인상이 “얼굴이 동글동글한 게 앳돼 보이면서 귀엽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처음에 부모님은 검사 신랑감을 밀었지만 김 여사는 남달라 보였던 이 당선자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당선자가 너무 바빴다는 것. 선보는 날부터 늦기 시작해 ‘경부고속도로 건설’ 운운하며 걸핏하면 기다리게 만들었다. 너무한다 싶어 ‘퇴짜’를 놓으려다 친정어머니가 “중역 부인이 되려면 기다리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고 해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김 여사는 ‘씩씩한 윤옥 씨’, ‘가정 내 야당’으로 불린다. 올 한 해 동안 숱한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리고 급기야 1000만 원대 명품 가방을 소지했다며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활발한 그림자 내조’로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물밑에서 전국 곳곳을 돌며 이 당선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인터넷에 ‘가회동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남편과 아버지로서 당선자의 모습과 그가 좋아하는 각종 별미 조리법을 올려놓고 있다.

최근에는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여성 당원과 국회의원 부인들을 이끌고 만리포해수욕장을 찾았다. 17일 이 당선자가 마지막 선거유세를 벌인 서울 청계천 광장에도 함께했다. 이 당선자는 그런 김 여사를 수많은 사람 앞에서 꼭 끌어안았다. 김 여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많은 분을 만났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여러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김 여사에게도 ‘어록’이 있다. 남편을 능가하는 소탈한 유머 덕분이다.

그는 ‘맨손으로 장어를 잡아 요리한 덕에 남편 건강이 좋아졌다’ ‘첫날밤? 그냥 손만 잡고 잤다’는 등의 재치 있는 언사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 한 기자가 “남편에게 숨겨 놓은 아이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느냐”고 묻자 “좀 데려오세요. 여기 바쁜데 일 좀 시키게요”라고 답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촬영: 전윤경 동아일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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