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BBK 100억투자, 이명박 후보와 무관”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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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2000년 2월 BBK에 100억 원을 투자한 것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권유가 아닌 H그룹 등과 친분이 있던 당시 BBK 이사 오모(40·미국 도피 중) 씨의 힘 때문이다.”

1999∼2000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주식팀의 파생상품운용담당 과장을 지낸 권모(44) 씨는 2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이 후보가 고려대 동문인 당시 삼성생명 배정충 사장에게 부탁해 BBK에 100억 원을 투자하도록 했다는 의혹과 배치된다.

그는 1일 검찰에 출석해 9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은 권 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다음은 권 씨와의 일문일답.

―김경준 씨와는 언제부터 알았나.

“김 씨가 증권사인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에 근무할 때인 1997년부터 알고 지냈다.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는 삼성생명이 파생상품을 투자했던 몇 군데 증권사 가운데 하나였다. 그때 오 씨와 김 씨의 아내 이보라 씨와도 알게 됐다.”

―김 씨가 BBK를 설립한 이유는….

“1999년 초 김 씨가 나에게 ‘전년도 수익률이 높아서 18억 원의 성과급을 받아야 하는데, 회사에서는 지원 부서와 나누라고 한다’고 말했다. ‘소송이 진행 중이며 자체 회사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김 씨가 회사를 만들면서 회사명과 회사로고 몇 개를 갖고 왔다. 오 씨(Bobby)와 이 씨(Bora), 김 씨(Kyung Joon)의 영문 이니셜을 딴 BBK라는 이름을 내가 직접 골라 줬다.”

―삼성생명이 2000년 BBK에 100억 원을 투자한 이유는….

“김 씨가 ‘BBK를 같이하자’고 제안했는데, 거부하면서 ‘삼성생명의 펀드 100억 원 정도를 유치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나는 삼성생명의 투자담당 과장이었다. 내가 ‘기왕이면 회사 건물로 들어오라’고 해서 삼성생명 건물에 사무실을 뒀다.”

―회사의 반대는 없었나.

“삼성생명에서는 1999년 4, 5월부터 검토했다. 당시 부장이 ‘전 회사에서 김 씨의 평판이 안 좋다’며 기안을 취소시켜 버렸다. 그러나 내가 계속 주장해 같은 해 7, 8월 국제부에서 투자 검토를 하게 됐다.”

―국제부에서 투자가 바로 이뤄졌나.

“BBK가 정상적으로 검토가 되려면 자본금 30억 원 이상이 조건인 ‘투자자문 일임업’ 자격이 있어야 했는데 BBK는 당시 자산이 5000만 원밖에 안 됐다. 내가 김 씨에게 ‘이 조건을 만들라’고 하자 김 씨가 ‘홍종국 e캐피탈 당시 사장이 돈을 대 주기로 했다’고 하더라.”

―BBK가 투자자문 일임업 허가를 받은 후 투자가 성사됐나.

“회사에서 계속 검토만 하고 있던 중 오 씨가 ‘우리 어머니가 H그룹의 이모 고문을 비롯해 범삼성가 인사들 중에 친한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빨리 어머니에게 부탁하라’고 했다. 그 뒤 오 씨는 ‘이 고문을 통해 삼성생명 고위 관계자에게 얘기했다’고 알려왔다. 얼마 뒤 11월경 내부적으로 투자가 결정됐고 내부 사정상 2000년 2월에 돈을 보냈다.”

―투자 과정에서 이 후보 얘기는 못 들어 봤나. 비슷한 시기 이 후보의 처남과 맏형이 대주주인 ㈜다스도 190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 과정에서 이 후보의 ‘이’자도 못 들어 봤다. 다스는 삼성생명이 투자한 이후에 투자했을 거다. 삼성생명이 투자한 이후 다른 투자자도 많이 늘어났다.”

―이 후보 이름은 언제 처음 들었나.

“1999년 12월 말경 내가 오 씨에게 ‘너희 엄마가 고생했다’고 칭찬하니 김 씨가 ‘사실 우리 누나(에리카 김 씨)가 이 후보와 잘 안다’고 자랑한 적은 있었다. 그리고 2000년 5월경 사무실 찾아가 보니 ‘저기가 MB(이 후보) 사무실이다’라고 해 이 후보와 같이 사업하는 것을 알게 됐다.”

―왜 투자금을 회수했나.

“김 씨가 삼성생명에 보고한 내용과 실제 거래 내용이 달랐다. 그래서 약정했던 금액을 그대로 회수하고 금융감독원에 고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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