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삼성특검법 국회 횡포지만 수용”

  • 입력 2007년 11월 27일 11시 34분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삼성비자금 특검법'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노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 특별검사 도입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안대로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삼성비자금 특검법'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노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 특별검사 도입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안대로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 특별검사 도입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안대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비자금 특검법'은 내주 국무회의(12월4일)에서 의결, 공포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특검법이 발효되면 특검 임명(최장 15일), 준비기간(최장 20일)을 감안할 경우 이르면 대선이 끝난 후인 12월말, 늦어도 내년 1월10일경부터 특검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검법이 정한 특검팀의 수사기간은 60일이지만, 1차 30일, 2차 15일 이내에서 두 차례 수사기간 연장이 가능해 최장 105일의 수사를 벌일 수 있는데다 수사 대상도 삼성그룹은 물론 정치권 검찰 재경부 국세청 청와대까지 확대될 수 있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특검법 수사대상에는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 및 로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 상속 등 삼성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망라돼 있고,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도 포함돼 있어 향후 삼성의 소유·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물론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에도 직접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특검 재의 요구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고 "이 특검법이 법리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굉장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법이지만 국회에서 찬성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으로 특검법이 통과돼 재의 요구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재의 요구를 하면 그 기간 검찰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되고, 그 다음에 또 다시 수사를 이어받아서 하는 번거로움과 혼란이 있고, 정치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며 "이 때문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그 부당성을 주장하고 다퉈나갈 정치적 이익이 없는 것 같아서 수용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가 거부권 검토 의사를 밝혔다가 특검법을 수용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대통령은 사인(私人)이 아니라 정치인이며, 이번 판단은 정치인으로서 하는 판단"이라며 "정치인은 항상 결과를 고려하면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론이 압도적으로 돌아가 버렸다. 처음에 의결이 있기 전에는 의견이 팽팽했는데 지금은 대통령의 배려나 결단으로 더 이상 검찰이나 법무부의 위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됐다"며 "그러니 (특검을) 감당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재의 요구를 하면 왜 재의 요구를 했는지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끊임없이 논쟁하며 여론의 반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집요한 정치적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옥신각신하면서 정치적 소모, 경제적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그런 점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우리 사회가 '이제 사고방식을 바꾸자' '기업경영의 행태를 다 바꾸자' '공무원의 자세를 바꾸자' 이런 좋은 변화의 자극제가 되도록 가장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 좋은 교훈적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계에 대해서도 어차피 이건 어쩔 수 없으니까 오히려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정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법무부에서도 이중 삼중의 수사가 되지 않도록 그런 배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하지만 "국회가 이 같은 특검법을 만든 것은 국회의 횡포이고 지위의 남용이며, 특히 당선축하금을 특검 항목에 넣은 것은 대통령 흔들기"라고 특검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국회가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 공정한 수사를 바란다면 공직부패수사처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축하금'이 수사대상이 될 경우 수사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선축하금 의혹이 있다고 하는데 의혹의 근거가 무엇이냐. 수사의 단서는 의혹의 단서보다 훨씬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의혹의 근거도 구체성도 없다"고 반문하면서도 "그동안 대통령을 겨냥한 실질적 수사를 많이 받았으며, 그렇게 받아왔으니까 똑같이 법대로, 양심껏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측근의 삼성 비자금 수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용철 변호사(전 민정비서관)의 폭로가 청와대가 의심을 받게 된 계기가 됐지만 보편적으로 청와대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참모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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