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前차관보 “美는 지금 北핵폐기 의지 시험중”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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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北 테러국해제 간단한 문제 아니다

햇볕정책, 북핵문제까지 적용돼선 안돼”

“미국 정부는 현재 북한의 핵 폐기 의지를 ‘테스트’ 하고 있다. 통과하려면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조지타운대 외교대학장·사진) 전 국무부 차관보는 19일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그들의 말이 진정인지는 테스트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주최로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7 남북 정상회담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핵무기를 포함한 이미 생산된 플루토늄이 북한에서 모두 반출되고, 핵시설이 완전 철거된 뒤 국제사회의 검증이 끝난 상태가 북핵 문제의 최종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리아와의 핵 커넥션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면 미국 안보 차원에서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평가한 뒤 “북한의 연관 가능성을 일부 대북 강경파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에서 합의한 연내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대해 “수많은 국내법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내 해제 완료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날 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핵 신고 △검증과 투명성 △핵물질 처리 △경수로 지원 △한미동맹 △핵 확산 등 6개 세부사항에 대한 모호한 합의 탓에 ‘2·13합의’ 이행과 핵 폐기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정상회담이 열렸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면서도 “한반도 평화는 매우 장기적인 과제이며 그것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한 발씩 매우 점진적으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정상선언 중 미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9·19공동성명과 2·13합의 이행에 대한 약속”이라며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약속도 겸한 것이어서 한국의 ‘나 홀로 행보’ 가능성에 대한 많은 미국인의 우려를 가시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한 차기 한국 대통령의 바람직한 태도를 묻는 질문에 “햇볕정책을 지지하지만 이 정책이 북핵 문제까지 확대돼선 안 된다”며 “미국과 동맹국을 고려하지 않은 북한과의 대화는 핵문제와 관련한 대북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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