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출마선언에 각당 정책 담당자들 “정책선거 물건너갔다”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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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이 어떻고 朴이 어떻고 얘기뿐 공약집 발표한들 눈길이나 주겠나”

“정책 선거요? 그건 5년 뒤에나 하라고 해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3수 도전으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대선을 치르겠다며 의욕적으로 공약을 준비해 온 각 당 정책 담당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 교육 외교 안보 등 핵심 어젠다를 둘러싼 각 당 후보들의 정책 대결 분위기가 겨우 조성됐으나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온갖 정무적 변수만 넘쳐나 정책이나 공약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여지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것.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정책 조율을 담당하고 있는 곽승준 선거대책위원회 정책기획팀장은 “수개월 동안 거의 매일 새벽까지 각 분야의 공약을 조율하고 시뮬레이션 작업을 벌이는 등 정책 선거의 첨병을 자임했는데 사실 좀 허탈하다”고 말했다. 곽 팀장은 “다른 당 후보가 ‘참고’하지 못하도록 공약집을 대부분 만들어 놓고도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발표해도 사람들이 이전처럼 관심을 가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최근까지 한 달여 넘게 ‘타운 미팅’을 갖고 현장에서 관련 정책을 발표해 왔지만 이 전 총재의 등장에 따라 타운미팅을 잠정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지원본부 부위원장인 오영식 의원은 “이 전 총재의 등장 이후 정국을 ‘부패 대 반부패’ 구도로 설정하면서 경제 분야도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서민경제 대 재벌경제’라는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가 이끄는 창조한국당 윤원배 정책위의장은 “지금은 혼란스럽지만 1주일 정도 지나면 다시 정책이 관심을 끌지 않겠느냐”고 애써 자위했다. 윤 의장은 “이 전 총재가 오랜만에 정계에 나타났으니 당분간은 유권자의 관심이 정무적 요소에 쏠리겠지만 그의 실상을 알아차리면 다시 각 후보의 정책 대결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측의 이상열 정책위의장은 “아무리 공약을 만들어 발표해도 ‘이회창이 어떻고, 박근혜가 저렇고’ 하는 데 관심이 쏠린다”며 “각 후보가 내세우는 미래에 대한 비전은 정책과 공약에 녹아 있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뒤늦은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로 촉발된 현 상황은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정당정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정책과 공약이라는, 후보 선택을 위한 기본 매뉴얼 자체를 유권자의 시야에서 가리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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