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측 “후보단일화, 답이 안나와…”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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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품어야겠는데… 이인제와 합치는 건 부담

이인제 “1대1 TV토론서 단일화 논의하자”

鄭측 “李, 진보세력도 아닌데…” 즉답 피해

昌 지지율-朴 선택 봐가며 진로 정할 듯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출마로 대선 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범여권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 간의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야권 분열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일부 여론 조사에서 오히려 하락 현상을 보이기 때문.

현재로서는 후보 단일화를 통한 호남 결집만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이 또한 후보 간 생각이 달라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물꼬는 민주당이 먼저 텄다. 민주당은 7, 8일 잇따라 최인기 원내대표, 이상열 정책위의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합당, 선거 연합 및 세력 연합, 후보 단일화 등 백지 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힘을 모을 것을 요구했다.

이인제 후보도 8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 후보에게 일대일 TV 토론 후 단일화 논의를 제안했다.

그러나 정 후보 측은 즉답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정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의 지지율 정체 현상을 돌파하고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3자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호남 결집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솔직히 원하는 것은 민주당이지 이인제 후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탈당, 경선 불복의 대명사인 이인제 후보와 합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 후보를 진보개혁세력이라고 보는 국민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인제 후보가 요구하는 일대일 TV 토론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 2위도 아닌 3, 5위 후보 간의 토론회가 주목받기도 어렵지만 자칫 지지율 2∼3%대의 군소 후보와 동급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인제 후보가 토론회에서 ‘국정 실패 세력’으로 몰아붙일 경우 정 후보로서는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현 정부를 옹호하기도, 반박하기도 어렵다.

정 후보 측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라면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위험을 감수하겠지만 설령 토론회에서 이인제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더라도 실익이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안에서는 분열된 한나라당 상황을 고려할 때 후보 단일화 논의가 급진전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 지지층 및 보수 진영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이명박 후보 지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 수 있다는 것.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할 경우 범여권이 구상하는 3자 대결구도가 급속도로 이명박 후보 중심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더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 정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면 이 전 총재의 출마 명분이 없어진다”며 “만약 이 전 총재가 살신성인을 하면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의미도 퇴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몽준 후보 간의 단일화는 대선이 임박한 11월 24일에 이뤄졌다”며 “이 전 총재 지지율 추이를 보면서 단일화를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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