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사람들<上>주목받는 실세

  • 입력 2007년 10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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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며느리들과 함께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2일 경기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 복지센터에서 ‘대한민국의 특별한 며느리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8차 타운미팅에서 외국인 며느리들과 한국생활의 어려움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외국인 며느리들과 함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12일 경기 남양주시 외국인근로자 복지센터에서 ‘대한민국의 특별한 며느리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8차 타운미팅에서 외국인 며느리들과 한국생활의 어려움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지난해 6월 사실상 혈혈단신으로 ‘여의도 정치권’에 대통령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만 해도 주변은 썰렁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가 승리한 뒤 그의 곁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들고 있다. ‘이명박 사단’은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차기 정부의 요직을 차지해 국정 운영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이명박의 사람들’은 이 후보가 처음 여의도에 뛰어들었을 때 울타리가 됐던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 ‘원조 실세 3인방’을 비롯해 합류 시기나 역할에 따라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4인의 ‘경선 공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캠프 구성을 앞둔 5월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박희태 의원의 거취는 당 안팎의 큰 관심사였다. 이명박 대선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나서 박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결국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가 이 후보라고 보고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박 의원은 검증 공방으로 양 캠프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 소장파의 강경론에 맞서 부드러운 대응을 주도하며 당의 경선을 축제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5선의 김덕룡 의원도 경선 막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 후보 캠프에 합류해 당의 취약지역인 호남과 경기지역 표를 끌어 모으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 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1000표 안팎의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경선 상황에서 김 의원의 합류는 5000표에 가까운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이처럼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이 후보가 이끄는 비공식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6인회’ 멤버다. 6인회에는 이들 외에도 이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최시중 고문, 이재오 최고위원이 참여한다.

6인회는 선대위 인선을 앞둔 7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 모여 인선 내용을 확정했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선대위 발족 이후에도 지근거리에서 이 후보를 보좌하는 핵심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선대위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최근 공보특보들을 직접 지휘하며 이 후보 관련 보도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 민자당 시절 최장수 대변인을 지낸 박 의원의 상황 분석 능력과 촌철살인의 논평은 정치권에 정평이 나 있다.

해외교포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평소 교포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김 의원은 선대위에서 한민족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아 해외 거주 교포들에게 이 후보를 홍보하는 일을 총괄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과 박형준 의원도 이 후보와 큰 인연이 없었지만 경선을 거치며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판사 출신인 초선의 주 의원은 후보비서실장으로 경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취약 분야였던 불교계 설득을 위한 ‘전권대사’로 활약했다. 그는 ‘스님보다 스님을 더 많이 아는 처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불교계에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

그는 경선 막판까지 이 후보를 보좌하며 큰 신뢰를 얻었다. 선대위에서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맡은 주 의원은 요즘도 이 후보를 위해 불교계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나고 있다.

경선 캠프에서부터 이 후보의 대변인을 맡아온 박 의원은 거친 검증 공방 속에서 이 후보를 온몸으로 막아낸 주역이다. 진보혁신 정당인 민중당 출신인 초선의 박 의원은 지난해까지 당내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을 이끌며 당 쇄신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 후보의 경선준비위원회 대리인으로도 활동했던 박 의원은 지금도 이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도 중요한 정책이나 연설문 작성에 조언을 하는 핵심 참모로 활동 중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3인의 ‘핵심 실세’▼

지난해 6월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에서 물러나 대선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무렵 이 후보 주변에는 현역 의원 세 명밖에 없었다.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최고위원, 정두언 의원이다. 그 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이들 ‘원조 3인방’은 ‘MB(이명박 후보의 영문 이니셜) 사단’ 내에서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한 이 부의장의 역할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는 단어는 ‘멘터(mentor·후견인, 조언자)’이다. 이 후보는 골치 아픈 사안이 생기면 종종 “이 부의장하고 상의하세요”라고 말한다.

이 부의장은 최근 발족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아무 직함도 맡지 않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결정적인 순간 친형의 말을 경청한다. 지난달 20여 일간의 진통 끝에 당 실무를 책임지는 제1 사무부총장이 정종복 의원으로 결정될 때도,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논란이 심했던 직능정책본부장(정의화 의원)을 인선할 때도 이 부의장의 뜻이 반영됐다.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가케무사’(그림자 전사라는 일본말)란 말도 듣는다. 경선 막판인 8월 초 이 후보가 열세 지역인 경북 지역을 공략할 때 이 부의장은 수행비서와 함께 조용히 경북으로 내려가 이 후보와 동선을 달리하며 시골 마을 사람들을 만나 동생의 지지를 호소했다. 요즘 그는 명함을 들고 자신을 찾는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국회 집무실을 자주 비운다.

선대위 부위원장(전략홍보 담당)을 맡은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 후보와 ‘6·3 동지회’ 멤버로서 15대 국회 때 나란히 등원한 이래 형님-아우로 지내왔다. 경선 직후 ‘2선 후퇴론’의 타깃이 되면서 한동안 거취를 놓고 고심했지만 특유의 돌파력과 이 후보에 대한 강한 충성심에 힘입어 선대위의 ‘핵’으로 재기했다. 측근들은 그를 ‘이 최고위원’이 아닌 ‘이 대표’로 부른다.

이 후보와 이 부의장 등이 참석하는 비공식 최고의사결정기구인 6인회 멤버인 그는 향후 예상되는 범여권의 네거티브 캠페인 대책 등 본선 구상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놓고 당내에서도 이견이 나오자 그는 추석 연휴 동안 4박 5일 일정으로 환경전문가들과 함께 자전거로 560km에 달하는 ‘한반도 대운하’ 탐방에 나섰다. 평소에 타던 16만 원짜리 자전거를 싣고 22일 오후 10시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 열차에 몸을 실은 그에게 이 후보는 전화로 “비 오면 잠시 쉬었다 타라”며 신뢰를 보냈다.

대선준비팀장으로 선대위 구성을 실무 총괄했던 정두언 의원은 2002년 이 후보의 서울시장 선거 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자타가 공인하는 이 후보의 복심(腹心) 중 복심이 됐다.

선대위에서 전략기획단 총괄팀장을 맡게 된 그는 선거 전략은 물론 홍보, 네거티브 대응, 후보 이미지 메이킹 등 전방위에서 이 후보를 보좌하고 있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도 그는 이 후보를 수시로 독대하며 지시를 받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4인의 ‘원외 실세’▼

정치인이 아니면서도 이명박 대선후보의 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외 4인방이 있다. ‘이명박의 그림자’로 불리는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 ‘후보의 영원한 집사’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상임감사, 정책·공약 핵심 브레인인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강만수 전 재정경제원 차관이 그들이다.

최 전 회장은 비공식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6인회’ 멤버로 ‘전략’ 고문을 맡고 있다.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낸 최 전 회장은 마당발로 외부 인사와의 인적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그는 이 후보와 경북 동향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시절부터 이 후보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친분을 맺었다. 이 후보가 속을 터놓고 어려움까지 토로하는 사이다.

최 전 회장은 경선 후 이 후보의 측근과 외부 영입인사들이 섞여 혼란을 겪던 공보팀을 정리했으며 언론위원회 특보단 구성에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를 구성하는 기간에 서울 여의도 개인 사무실은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후문이다.

김 전 감사는 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공식 직함이 없다. 그러나 캠프 내에서는 “그는 직함이 있든 없든 자타가 공인하는 후보 사무총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 시절부터 함께 일해 온 김 전 감사는 경선 후에도 후보의 개인 신상 관련 업무 일체를 담당하고 있다. 김 전 감사는 경선 후 당에는 발걸음을 하지 않고 있다. 안국포럼과 용산빌딩에 주로 머물며 많은 사람과 접촉해 외연을 넓히는 중이다. 최근 김경준 씨의 국내 귀국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BBK 관련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약과 정책은 곽 교수가 큰 그림을 그리며 강 전 차관이 이를 조정하고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곽 교수는 정책기획팀장으로 정두언 의원이 총괄팀장으로 있는 전략홍보조정회의에 참석해 정책과 공약의 큰 틀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전공은 경제학이지만 외교안보, 교육, 복지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약을 실질적으로 관장한다.

최근 이 후보가 발표한 교육정책 공약, 타운 미팅에서 제시하는 공약 등도 곽 교수의 손을 거쳤다. 이 후보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공약도 곽 교수가 캠프 초기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자료를 수집하고 홍보 전략을 세웠다. 이 후보는 경선 후 곽 교수에게 장기적인 정책과 공약에 대해 수시로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에서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책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강 전 차관은 캠프 내에서 정책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한다.

강 전 차관은 이 후보와 교회에서 20년 이상 만나온 사이로 이 후보가 서울시장일 때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냈다. 캠프 초기부터 안국포럼에서 정책을 담당했으며 이 후보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747’(연간 7% 성장, 10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달성)을 실질적으로 만들어 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끈끈한 ‘서울시 멤버’▼

서울시장 시절부터 이명박 후보를 보좌해 온 이른바 ‘서울시 멤버’도 여전히 이 후보의 지근거리에 있다. 이들은 이 후보의 ‘정치적 숨결과 맥박’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낄 줄 아는 측근들이다.

경선 캠프에서 대외조직에 간여했던 이춘식 전 서울시 부시장은 선대위에서 특보단 부단장을 맡아 외곽에서 ‘이명박 대세론’ 확산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정태근 전 서울시 부시장은 경선 캠프에서 인터넷위원장을 맡은 뒤 선대위에서는 수행단장을 맡았다.

후보 비서실에서 커뮤니케이션팀장을 맡고 있는 강승규 전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본선에서도 동영상 제작 등 홍보 실무를 담당한다.

경선 캠프에서 공보특보로 활동했던 조해진 전 서울시 정무보좌관은 선대위 공보기획팀장으로 최일선에서 대언론 창구를 맡게 됐다. 박영준 전 서울시 정무보좌역은 후보 비서실 공동 네트워크팀장을 맡아 외연 확장 업무를 맡고 있다.

이 후보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비서 출신들도 주목 대상이다.

임재현 수행비서는 이 후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측근이다.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MBA) 출신인 그는 ‘입이 무겁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의 일정은 김희중 비서관의 몫이다. 1997년 이 후보가 16대 의원 시절 채용한 그는 서울시장 시절에는 의전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후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김윤경 메시지 담당 비서가 가장 잘 안다. 가끔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김 비서에게 물어보면 술술 발언 내용을 알려 준다. “입 모양만 봐도 대강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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