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 ‘수시 만남’… 선언적 문구 그칠 가능성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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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2박 3일간의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 일행이 4일 오후 평양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시내를 떠나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남으로… 2박 3일간의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 일행이 4일 오후 평양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시내를 떠나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6《남북은 백두산 관광을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타고 참가한다.》

남북 정상이 백두산 관광 추진에 합의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2005년 7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거쳐 세 차례의 백두산 관광 시범 실시에 합의했지만 북한 핵실험 등 국제정세 불안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백두산관광 사업을 위해 그동안 4회에 걸쳐 백두산 삼지연 공항으로 가는 도로 포장용 물자와 활주로 포장용 피치 약 8000t(50억 원 상당)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에 합의함으로써 백두산 관광 실현 가능성에 기대를 높였다.

현재 남측 관광객들이 백두산을 관광하려면 중국 옌지(延吉)를 거쳐 백두산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지만 직항로가 개통되면 비행기로 한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백두산 관광이 이뤄지더라도 ‘관광료’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08 베이징(北京) 올림픽 남북 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로 방문하기로 했는데, 성사된다면 사회문화 교류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관건은 경의선이 5월 시험운행을 마친 뒤 정상 개통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군부가 아직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변수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금강산면회소::

북측 강원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 입구에 건설되는 면회소로 5만 m²(1만5000평) 터에 연면적 1만9835m²(6000평) 규모다. 2005년 말 공사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때 공사가 중단됐다.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7《남북은 이산가족과 친척들의 상봉을 확대하며 영상편지 교환사업을 추진 하고, 금강산면회소가 완공되는 데 따라 쌍방 대표를 상주시키고 이산가 족과 친척의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선언에 따라 내년 초 금강산면회소가 완공되면 이산가족 상시 상봉 등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의 직접 상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산가족 상봉 확대 및 상시화 문제는 남측이 2000년 6·15공동선언에 따른 제1차 이산가족 상봉 이래 줄곧 북측에 요구해 온 사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귀환 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정상회담 보고회에서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제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송환 혹은 생사 확인, 그리고 비전향장기수 문제는 선언문에 언급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양측의 의견 차이로 납북자 문제 등은 국민의 기대만큼 성과를 못 거두었다. 해결하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열린 제7차 적십자회담에서 ‘전쟁 이후 시기 행방불명자 문제에 대한 협의·해결’에 합의하면서 납북자 문제에 조금 진전된 태도를 보이는 듯했지만 여전히 이산가족 상봉 때 일반 이산가족 속에 2, 3명씩 포함시키는 데 그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북측에 생존한 국군포로는 500여 명, 6·25전쟁 이후에 돌아오지 못한 납북자는 48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은 ‘납북자’나 ‘국군포로’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일본인 납치 문제가 꼬이면서 북일 수교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선언문에 그러한 내용을 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8 《남북은 국제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들을 협의한다.》

남북 정상이 ‘수시로 만나’라는 표현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상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주장처럼 남북 정상의 만남이 정례화된다면 과거 ‘말’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남북 간 합의들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남북 간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선언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의 주장과는 달리 북측은 필요에 따라 ‘만난다’는 의미를 ‘핫라인’을 통한 통화나 특사 파견 등을 통한 접촉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

2000년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서울 답방’에 합의했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언을 ‘정상회담의 정례화’로 해석한 청와대의 기대와는 달리 ‘선언적’ 문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정상회담 보고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을 요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우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제안하면서 본인의 방문은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6·15공동선언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정상회담에 관한 항목은 별항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방한’ 관련 항목은 아예 빠져 2000년 합의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남북관계가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례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북측 의견을 받아들여 수시로 만나자는 용어로 합의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자신할 수 없어 포기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상회담은 양국 상호 간에 교차 방문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그래서 다음 정상회담은 서울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남북이 ‘정례화’라는 표현을 피해 굳이 ‘수시로’라는 표현으로 합의를 한 것은 서울 방문을 꺼리는 김 위원장을 의식해 북측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례화’로 명문화하면 국제관례에 따라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정상 간의 상호 방문을 통해 남북한 주민들이 각 사회의 진면목을 아는 계기가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며 “이번 합의는 정부가 한국 사회의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 주고 이를 통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렛대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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