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건 정비업체 차려 남한서 성공 이룰 것”

  • 입력 2007년 9월 28일 03시 06분


탈북→북송→재탈북→한국 정착… 서울공고 이대성 씨, 전국기능경기대회 銀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고교생이 쟁쟁한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해 화제다.

서울공고 3학년 이대성(20·사진) 씨는 17일 끝난 제42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자동차정비 분야에 서울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에 온 지 5년 만의 경사다.

이 씨는 1999년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됐다가 2001년 다시 재탈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2년 모든 가족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남한에서 중학교부터 다니기 시작한 이 씨는 평소 좋아하던 자동차 관련 기술을 배우고 싶어 서울공고를 택했다. 공고에 다니면서 3년 동안 자동차를 수십 번도 넘게 뜯어 봤다고 한다.

이 씨를 가르친 손근민 교사는 “남한 사회에서 적응하기도 벅찼을 텐데 은메달까지 딴 힘은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표의식과 끈질긴 집중력 덕분”이라며 “이번 입상을 계기로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학 1학년인 형과 고교 1학년인 여동생, 그리고 부모와 같이 살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모는 북한의 농장에서 사고를 당해 몸이 성치 않은 데다 남한에서 직장이 없어 일용직이나 식당일 등으로 어렵게 가계를 꾸려 가고 있다.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하면 대학 진학이나 기업체 취업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이 씨는 “자동차를 보면 장래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 현대나 대우 같은 자동차 대기업에 입사해 최신 기술을 배운 뒤 나중에 내 이름으로 자동차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남한에서는 ‘사장님’이 최고인 것 같다”며 “남한 사회에 빨리 정착해 부모님의 고생을 덜어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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