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실장 편법지원 압력 ‘특별교부금’은 어떤 돈

  • 입력 2007년 9월 2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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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배정 기준 불분명 ‘실세 쌈짓돈’ 변질 일쑤

지역현안-재해가 지원대상… 사용명세도 비공개 ‘눈먼 돈’ 꼬리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개인 사찰인 울산 울주군 흥덕사에 편법 지원하도록 행정자치부, 울주군 등에 압력을 가한 특별교부금은 흔히 ‘중앙 정부의 쌈짓돈’으로 불린다.

지원 절차 등에 각종 로비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고 집행과정에서도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노무현 정부 들어 재원과 대상을 축소하도록 지방교부세법을 개정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특별교부금은 여전히 ‘눈먼 돈’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별교부금은 정부의 쌈짓돈?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지원금에는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 두 종류가 있다.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고려해 배분되는 보통 교부금과 달리 특별교부금은 배분할 때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를 포함한 ‘윗선’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특별교부금을 지원할 수 있는 대상은 지역 현안과 재해 두 가지.

경남지역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위층의 압력은 주로 도로, 마을회관 건설 등 지역 현안에 집중된다”면서 “제대로 줄을 댄 지자체의 교부 신청은 곧잘 받아들여지지만, 그렇지 못한 지자체는 소외된다”고 말했다.

특별교부금을 관리 집행하는 행자부도 이런 사정은 인정한다. 행자부의 관계자는 “청와대나 국회의원들이 직접 장관에게 특별교부금을 요청하곤 한다”며 “우리도 ‘청와대’ 쪽에서 오는 요청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울주군에 지원된 특별교부금을 요청한 사람이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자 현직 대통령정책실장인 변양균 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0억 원이 파행적으로 지원된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명세 공개는 너도 나도 반대

올해 특별교부금 총액은 8266억 원이다. 매년 거액의 돈이 특별교부금으로 배분되지만 어느 지자체에 어떤 용도로 주는지는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진다.

행자부는 매년 광역지자체별 특별교부세 배정 현황을 공개하지만 기초단체별 배정 현황은 공개하지 않는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떤 곳은 많이 받았는데 또 어떤 곳은 적게 받은 것이 드러나면 지역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 역시 특별교부금 사용명세 공개를 원하지 않는 눈치다. 국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도 모두 특별교부금 사용명세 공개를 꺼릴 수밖에 없다”면서 “많이 받으면 많이 받는다고 욕먹고, 적게 받으면 지역 주민들한테 ‘왜 적게 받느냐’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특별교부금의 사용명세는 여전히 비밀로 남아 있다. 딱 한 차례 공개됐던 ‘1999년 특별교부세 배정 내용’에 따르면 특별교부금은 당시 여야 중진과 국회 행자위원 등 ‘힘 있는 정치인’들의 지역구에 집중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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