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대통령, 평양에서 모험하지 말아야

  • 입력 2007년 9월 1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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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이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평화체제 문제가 ‘핵심 의제’라고 단언했고,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은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우려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어떻게’다. 가장 큰 장애가 북한 핵이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종전(終戰)선언의 전제조건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제시한 것도 그래서다. 노 대통령도 이에 동의해 놓고선 “북핵 얘기를 하라는 것은 싸움하고 오라는 뜻”이라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평화체제 구축은 잔여 임기 5개월의 대통령이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평화체제가 되려면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정전협정 당사국은 미국 중국 북한, 그리고 1997년 12월∼1999년 2월 한반도 평화 4자회담이 네 차례 열리면서 실질적인 당사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 등 4자다. 남북한이 주도하고 미중이 보장하는 ‘2+2’ 해법이 대안의 하나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실제 협상에서 이대로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미중은 물론 일본과 러시아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평화체제 구상은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의 견해와도 결이 다르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평화는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오지 않는다”며 “갑자기 종전선언을 하면 평화가 없는 상태에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로 이어질 북한의 공세를 예상한다면 당연히 해야 할 걱정이다.

문 실장이 NLL 논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북에 나서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세기가 넘게 실질적 해상경계선으로 존중돼 온 NLL 문제를 충분한 국민 의사 수렴 없이 정상회담에서 불쑥 논의하는 것은 위험하다.

노 대통령이 광복절에 국민 앞에서 말한 대로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 다음 정권에서도 남북대화와 평화체제 모색은 계속된다. 국민 부담은 줄이고 대화의 지속가능성은 살려 놓는 선에서 회담을 마치고 오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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