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의 정식 공연은 2002년 시작됐다. 올해가 세 번째. 4월 14일부터 5월 5일까지 1차 공연에 이어 이달 1일부터 10월 10일까지 2차 공연이 계속된다. 공연은 북의 기념일과 연계돼 있다. 2005년은 광복 60돌과 노동당 창건 60돌을 위한 무대였고, 올 1차 공연은 김일성 주석의 95회 생일(4월 15일)과 인민군 창건 75주년(4월 25일) 축하 행사였다.
▷대부분의 관객은 북한 주민이지만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인도 유치한다. 2005년에는 남한 관객을 대대적으로 초청했다. 정부도 맞장구를 쳐 7400명이 평양으로 달려갔다. 아리랑 관람을 포함한 1박 2일 여행이 1100달러, 2박 3일은 1500달러였다. 1100만 달러의 외화 수입 중 대부분이 남측 관객의 호주머니에서 나갔다. 올해 관람료는 2등석 기준 100유로(약 13만 원).
▷북은 수해를 핑계로 남북 정상회담을 10월로 연기했지만 ‘아리랑’은 끄떡없다. 전국에서 동원한 주민 관객들이 바로 수해 복구에 바빠야 할 일손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안 된다. 외화벌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으나 올해는 남측 단체 관객을 초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는 건 정치적 이유.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 찬 공연을 중단하자고 누가 감히 주장하겠는가. 2000년 10월 특별 공연을 본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소감에 답이 들어 있다. “10만 명이 일사불란하게 춤추는 것은 처음 봤다.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려면 독재자가 있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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