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보기 딱한 ‘아리랑’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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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10만 명. 카드섹션을 2만 명이 하면 5만 명이 체조와 예술 공연을 펼친다. 진행, 음악 담당 등 보조 인원 3만 명. 관객 20만 명. 북한이 자랑하는 ‘아리랑 공연’의 외형이다. 세계 최대의 집단체조와 예술 공연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북은 카드섹션과 공연을 위해 5개월 이상 피눈물을 흘리며 연습해야 하는 어린 학생 수만 명의 고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아리랑’의 정식 공연은 2002년 시작됐다. 올해가 세 번째. 4월 14일부터 5월 5일까지 1차 공연에 이어 이달 1일부터 10월 10일까지 2차 공연이 계속된다. 공연은 북의 기념일과 연계돼 있다. 2005년은 광복 60돌과 노동당 창건 60돌을 위한 무대였고, 올 1차 공연은 김일성 주석의 95회 생일(4월 15일)과 인민군 창건 75주년(4월 25일) 축하 행사였다.

▷대부분의 관객은 북한 주민이지만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인도 유치한다. 2005년에는 남한 관객을 대대적으로 초청했다. 정부도 맞장구를 쳐 7400명이 평양으로 달려갔다. 아리랑 관람을 포함한 1박 2일 여행이 1100달러, 2박 3일은 1500달러였다. 1100만 달러의 외화 수입 중 대부분이 남측 관객의 호주머니에서 나갔다. 올해 관람료는 2등석 기준 100유로(약 13만 원).

▷북은 수해를 핑계로 남북 정상회담을 10월로 연기했지만 ‘아리랑’은 끄떡없다. 전국에서 동원한 주민 관객들이 바로 수해 복구에 바빠야 할 일손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안 된다. 외화벌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으나 올해는 남측 단체 관객을 초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남는 건 정치적 이유.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 찬 공연을 중단하자고 누가 감히 주장하겠는가. 2000년 10월 특별 공연을 본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소감에 답이 들어 있다. “10만 명이 일사불란하게 춤추는 것은 처음 봤다.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려면 독재자가 있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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