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재산관리인 조사하면 땅주인 밝힐 수도”

  • 입력 2007년 8월 1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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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반발에 맞서 검찰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신원건 기자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반발에 맞서 검찰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신원건 기자
■검찰‘도곡동 땅수사’정치권 잇단 공격에 반격

검찰이 15일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반발에 맞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전 시장 측의 파상 공세에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조사 내용을 밝힐 수도 있다”며 반격을 가한 것.

검찰은 이 전 시장의 형 이상은 씨의 재산관리인 이영배 이병모 씨가 검찰의 조사에 응한다면 도곡동 땅 중 이상은 씨 지분의 실제 소유주를 가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미 도곡동 땅 자금 흐름은 모두 밝혀냈기 때문에 인출된 자금을 누가 썼는지만 확인하면 실제 소유주 규명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이들이 외부에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검찰의 수사 결과를 비판하는 것은 더 참을 수 없다고 보고 반박 기자회견이라는 강공책을 택했다. 실정법의 한도 안에서 수사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이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날 ‘도곡동 땅 부분에 대한 조사 가능성은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2명의 이 씨가 자진 출석할 경우에 국한해 조사를 계속하겠다던 기존의 방침에 비해 한층 적극적인 태도로 바뀐 것이다.

김 차장은 이어 “현금으로 인출된 이상은 씨 돈 가운데 2억5000만 원은 이 씨가 일본에 있을 때 15차례에 걸쳐 인출됐다.

재산관리인들이 누구의 연락을 받아 돈을 뽑았고 누구에게 줬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들이 검찰에 나오지 않아 밝혀내지 못했다”고 ‘제3자 소유’ 판단의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전 시장 측이 정상명 검찰총장과 수사검사에 대한 탄핵까지 언급한 것이 검찰을 크게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 후 수사팀과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정치권의 비난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들끓었다”며 “이 전 시장 측이 탄핵을 언급하고 형사고발 방침까지 밝히자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정 총장에게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올려 재가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이 고발을 하면 무고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 발표 시점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도 검찰은 “지난 대선 때 김대업 사건의 수사가 지연돼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신속한 사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어 검찰로서는 가능한 한 빨리 실체를 규명해 국민에게 알릴 계획이었다”며 정치권의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다음은 김홍일 3차장과의 일문일답.

―갑자기 저녁 늦게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를 놓고, 어느 후보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논란이 많이 있었다. 검찰도 견해를 밝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사 내용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한 의미는…. 어떤 부분을 공개할 것인가.

“어느 정도까지, 어떤 내용을 공개할지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다. 공개 내용과 범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권에서 비판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번에 보도 자료까지 내면서 반발한 이유는….

“검찰의 의견이 모아져서 결론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정치권에서 검찰을 폄훼하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이병모 씨 등은 충분히 협조했다고 하는데….

“수사 초기에 한두 번 나왔는데, 자금 흐름이 다 파악된 뒤에는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

―수사내용을 추가로 공개하는 시점이 한나라당 경선투표일 이전이 될 수 있나.

“그건 잘 모르겠다.”

―도곡동 땅을 이상은 씨 소유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추가 증거는 뭔가.

“자금의 소유자라면 당연히 자금 흐름을 알아야 되지 않겠나.”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金법무 “종결”… 담당차장 “가능성 있다”

‘제3자 확인’ 최소한의 단서는 확보한듯▼

■논란 더 커진 ‘땅 의혹’… 수사 계속할까

검찰은 13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나라당 대선 주자와 관련한 수사를 사실상 매듭지으려 했지만 오히려 정치적 논란은 커지고 있다. 우선 쟁점은 검찰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가리는 수사를 재개할 것이냐는 문제.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도곡동 땅 부분에 대한 조사 가능성은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향후 검찰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김 차장의 발언은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전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도곡동 수사는 종결됐다”고 말한 것과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 내에선 도곡동 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실제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현행법상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을 강제 소환할 방법은 없고, 이 전 시장의 맏형인 상은 씨의 재산관리인 이병모 이영배 씨가 검찰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검찰 수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검찰은 제3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낼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이럴 경우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영원히 ‘의혹’으로만 남게 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제3자에 대한 충분한 증거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애매모호하게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수사 발표를 통해 도곡동 땅이 이상은 씨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실소유주를 ‘제3자’라고만 언급한 것도 문제다. 검찰의 기존 수사결과 발표문에 비춰 매우 이례적인 표현으로 “과연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의혹을 증폭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치권에서 실소유주가 이 전 시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자 정동기 대검찰청 차장은 14일 “검찰은 이 전 시장의 땅이라는 뉘앙스를 갖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14일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해 “이상은 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소유주는) 진짜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제3자를 가릴 수 있는 최소한의 단서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이상은 씨 지분이 제3자 소유라는 근거는 발표한 것 외에 더 있지만) 검찰이 수사 내용을 전부 다 공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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