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거사위 ‘하나마나한 고백’

  • 입력 2007년 8월 2일 02시 58분


경찰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제5공화국까지 각종 선거에 불법 개입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1993년까지 주요 정치인들을 불법 사찰해 청와대에 보고했으며 전국의 주요 대학 주변에 집회·시위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비밀 지휘소를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종수 한성대 교수)는 1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과거 경찰의 선거 개입, 민간인과 정치인에 대한 사찰, 용공 조작 의혹 등 3개 분야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불법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과거사위 조사에 따르면 경찰은 호구조사 제도와 치안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방법 등으로 이승만 정부 시절 ‘3·15선거’부터 1987년 대통령선거까지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과거사위는 “노태우 정권 아래서는 정부 주도의 관권선거가 있었으며 경찰이 부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1987년 대선 때 강원 지역 경찰서장을 지낸 이모 씨에게서 ‘정부 여당으로부터 강원도지사를 통해 정보 형사 활동비를 받은 기억이 있다. 이 돈을 정보과장에게 줘 활동비로 사용하게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1994년까지 공식적으로 민간인 시찰 대상자를 지정해 관리했고 정치인 등 사회 주요 인사를 불법으로 사찰해 1993년까지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과거사위는 “1967년 316건에 그쳤던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가 대선과 총선이 있었던 1968년과 1969년에는 각각 950건, 801건으로 크게 늘었다”며 “정권 유지를 위해 경찰이 공안사건을 일부 이용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그동안 수차례 제기된 의혹을 정황상 간접적으로 인정했을 뿐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실제 과거사위가 이날 발표한 내용은 언론 보도가 대부분으로 경찰 내부 문건 등은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권위주의 정권의 성격상 불법선거 관련 자료 같은 게 공식적으로 남아 있기가 어렵다”며 “선거 때 대두됐던 여러 가지 경찰 관련 의혹에 대해 폭넓게 증언을 청취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사위 관계자는 “과거사위에서 경찰 고위 간부들을 배제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문제는 개선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과거사위에는 경찰청 차장, 수사국장, 보안국장, 경비국장 등이 경찰 측 조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앞으로 추가 조사를 실시해 올해 11월 활동 종료 시점까지 최종 백서를 발간할 방침을 세웠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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