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교육부의 오지랖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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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사회에 내놓은 8000억 원을 놓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 7300억 원은 지난해 설립된 ‘삼성고른기회 장학재단’으로 이관되어 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에 쓰이고 있다. 이 재단의 준비작업을 맡았던 교육인적자원부가 재단 사무국 직원 11명 가운데 9명을 교육부 퇴직자로 채용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금은 교육부 출신이 2명만 남아 있지만 기업 돈으로 출범한 장학재단을 산하기관쯤으로 여기는 발상이 사회의 미움을 샀다.

▷이번엔 삼성이 교육부에 넘긴 삼성에버랜드 주식이 말썽이다. 모두 10만6146주로 시가 740억 원에 이른다. 주식을 교육부에 준 것은 세금부담 때문이었다고 한다. 공익재단에 주식을 기부할 경우 전체 지분의 5%를 넘으면 증여세와 상속세가 부과된다. 삼성 측은 삼성에버랜드 주식 가운데 8.37%를 재단에 주려고 했으나 ‘5% 규정’이 걸림돌이었다. 주식 내놓고 증여세까지 물게 된 삼성은 4.25%에 해당하는 주식을 떼어 내 교육부에 기부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육 소외계층 지원 사업에 써 달라’는 취지는 같았다.

▷최근 교육부가 이 주식을 산하기관인 학술진흥재단으로 넘기자 ‘교육부가 돈 욕심을 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부금 운영권을 사실상 교육부가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기부 목적대로 교육 소외계층 지원에 쓰기 위해 장학사업도 하고 있는 학술진흥재단에 맡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제 와서 이 주식을 삼성고른기회재단으로 넘기게 되면 삼성으로 하여금 증여세를 안 내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꼴이 된다는 주장도 한다.

▷이 돈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 논란 와중에 내놓은 것이긴 해도 그렇다고 교육부가 산하기관으로 넘기는 것은 운용권을 뒤에서 틀어쥐고, 사람도 몇 명 심겠다는 의도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교육부가 ‘개입’하게 되면 청와대도 심심찮게 ‘감 놔라 배 놔라’할 소지가 없지 않다. 정부는 연결고리 역할만 하면 된다. 이 돈을 삼성고른기회재단에 되넘기든지, 아니면 다른 민간 재단에 맡길 일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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