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헌재 위헌결정 공개비판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행정도시에 청와대-국회 등 다 와야 순리”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와 정부, 정부 부처 일부가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결과이며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꼭 행정수도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정부 부처는 모두 이곳으로 오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충남 연기군 중심행정타운 예정지에서 열린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기공식 축사에서 “행정수도가 행정중심도시로 축소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도 서울 시민에게 돌려주고 이곳에 와서 자리 잡는 것이 순리이며, 국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현 정부가 추진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사실상 공개 비판한 것이란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했고 2004년 1월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헌재가 2004년 10월 위헌 결정을 내리자 정부는 행정복합도시로 계획을 변경해 추진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 후보들이 지금은 일치해 행정중심도시 건설과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다음 정부에서도 이들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믿으며 우리가 그린 그림 위에서 언젠가는 이 세종시가 완전한 행정중심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굴곡되고 축소된 형태의 행정중심도시는 당초 국가균형발전전략 취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공식에는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 서의택 행정도시추진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주한외교사절, 지역주민 등 21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정도시는 연기군 및 공주시 일원 297km²(예정지역 73km², 주변지역 224km²)에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이 거주하는 복합기능의 자족도시로 건설된다.

2010년 하반기 연기군 남면 송원리에서 첫 마을 입주가 시작되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중앙인사위원회와 국무조정실,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국세청 등 12부 4처 2청의 정부 부처를 포함한 49개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한다.

한편 노 대통령은 기공식 후 주요 인사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저는 박정희 정권을 반대했던 사람이고, 특히 유신헌법 직전 선거 때엔 군대에 있었는데 반대 투표했다가 기합을 받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계획하고 입안했던 행정수도를, 박정희 정부의 업적을 제가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좀 묘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공식에 참석하지 않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해 “가까이 보면 손해인 것 같아도 멀리 보면 이익이 되고, 가까이 보면 이익인 것 같아도 멀리 보면 손해가 될 수 있다. 혼자서 잘살 수 있는 세상은 없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연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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