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번동-방배3동서 ‘李초본’ 발급은 누가?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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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규 폭로’ 직후 자녀 초본까지 빼내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및 일가족 전원의 주민등록초본이 3곳의 동사무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발급된 사실이 15일 추가로 밝혀졌지만 이 초본을 누가 왜 어떻게 이용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은평구 녹번동, 서초구 방배3동사무소 등 3곳에서 분산해 시차를 두고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은 것은 소문이 나거나 의심받을 것을 우려한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지난달 12일 이 전 시장 측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한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측이 주민등록초본을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를 놓고도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검찰은 신공덕동사무소 외에 녹번동과 방배3동 등 7개 관공서에서 발급된 이 전 시장의 가족 및 친인척의 초본에 대해서도 누가 왜 발급받았는지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누가, 왜 발급받았나=지난달 13∼15일 녹번동과 방배3동사무소에서 발급된 주민등록초본은 모두 6통. 이 전 시장과 부인 김윤옥 씨, 자녀들(1남 3녀) 등 이 전 시장 가족의 초본이 모두 발급됐다.

지난달 7일 신공덕동사무소에서 발급된 초본은 이 전 시장의 부인 김 씨, 이 전 시장의 맏형 이상은 씨, 이 전 시장의 처남인 김재정 씨 등 3명의 것이었다.

녹번동과 방배3동에서 발급된 주민등록초본을 신청한 사람은 법률사무소의 민원서류 발급을 대행해 주는 나모(69) 씨다. 나 씨는 박모 씨의 부탁을 받고 초본 발급을 의뢰했다고 한다. 박 씨는 정치권과 관련이 있는 모 변호사의 사무실 사무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은평구청은 13일 이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서부경찰서에 나 씨를 고발했고, 서부경찰서는 나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붙잡아 조사한 뒤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나 씨의 배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나 씨가 함구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 씨는 다른 사건에 연루돼 지명수배 중이다. 검찰은 박 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공덕동에서 발급된 것과 달리 녹번동 및 방배3동에서 발급된 주민등록초본에는 이 전 시장의 자녀 4명의 것이 추가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발급받은 시점도 지난달 12일 김혁규 의원이 이 전 시장 측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한 직후라는 점에서 이 전 시장과 관련된 다른 의혹을 추적하기 위해 자녀들의 초본까지 발급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혁규 의원이 폭로한 초본의 출처는=검찰은 김 의원이 폭로할 때 근거 자료로 삼은 이 전 시장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은 신공덕동에서 발급된 초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그 경로를 역추적하고 있다.

신공덕동에서 발급된 초본은 박 전 대표 캠프 측 인사인 홍모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홍 씨 등 박 전 대표 측 인사가 직접 혹은 제3의 인물을 거쳐 여권 쪽에 자료를 건넨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의원 측이 이런 경로로 이 초본의 사본을 입수한 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경찰간부 권오한 씨가 박 전 대표 캠프뿐만 아니라 여권에 초본 사본을 넘겨 이중플레이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15일에도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주민등록초본이 발급됐는지 모른다.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었던 김갑수 씨가 가져온 것만 봤을 뿐이다”라고 거듭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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