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처, 전세계 홍보 ‘다이내믹 코리아’ 황당한 인지도 조사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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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이 국가 대표 브랜드인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에 대한 인지도 조사를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국내에 거주하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이내믹 코리아의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매년 발표해 왔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한국을 상징적으로 알릴 수 있는 영문 슬로건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정부가 2001년 12월 선정한 표어. 정부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2005년 2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이미지위원회’를 발족하고, 실무팀으로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에 국가이미지지원단과 글로벌홍보팀을 두고 있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입수해 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홍보원은 해외 언론 매체에 ‘다이내믹 코리아’ 광고를 하는 등 지난해에만 150억여 원(인건비 및 기타 경상경비 36억 원 제외)을 들여 해외 홍보를 했지만 정작 이에 대한 평가는 국내 거주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특히 해외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외홍보원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국가 이미지 슬로건에 대한 평가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거주 내외국인 1000명이며 일반인 700명, 공무원 200명, 외국인 100명으로 나타났다.

해외홍보원은 2005년 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년도 조사와 비교해 슬로건 인지도가 외국인은 29%→40%로 11%포인트, 일반인은 33.1%→51.6%로 18.5%포인트 각각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해외홍보원은 지난해 7월 미국 두 곳에서 다이내믹 코리아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뉴욕 60%, 로스앤젤레스 63%로 국내 일반인 인지도(51.6%)보다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조사에는 두 지역 한인 동포 200명씩 총 400명이 참여했고, 파견 홍보관이 직접 설문지를 돌리며 작성한 것이라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2월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외국 성인 남녀 7104명 대상으로 한국 인지도를 조사하면서 다이내믹 코리아 인지도에 대해 물은 결과 22.4%만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북미지역은 ‘안다’는 응답이 6.6%에 그쳤고 93.4%는 ‘모른다’고 답했다. 유럽 지역도 ‘안다’는 10.5%, ‘모른다’는 89.5%였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지난달 제출한 ‘2006년도 국정홍보처 세입·세출 결산 검토보고서’를 통해 ‘전체 조사대상자의 90%를 일반 국민과 공무원 위주로 한 것은 부적절한 조사 대상 선정이며 사업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홍보원이 순수하게 국가 이미지 제고 사업에 쓴 예산은 2005년 26억여 원, 지난해 42억여 원이다.

박찬숙 의원은 “홍보는 외국에서 하고 평가는 국내에서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평창이 탈락한 데는 정부의 이런 허술한 홍보 자세도 한몫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는 “해외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다이내믹 코리아의 인지도 조사를 한 적은 없다. 예산이 부족하고 홍보 노력을 한 만큼 외국인 인지도가 안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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