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복-탄약만 만들던 ‘신참’이 첨단무기 수출하는 ‘고참’으로

  • 입력 2007년 5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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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남 창원시의 로템 전차 생산 공장. 탱크 주행 시험도로에 요란한 굉음과 함께 K-1A1 전차(탱크)가 들어섰다. 50t이 넘는 거구지만 시속 70km로 달리며 포사격이 가능한 한국형 전차다. 주행 중 사격명중률이 99%, 수심 2.2m 잠수 능력, 몸체가 위아래로 움직여 저각(底角) 사격 기능까지 갖춘 ‘탱크 명품’이다. 로템은 이 탱크를 아시아의 한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 긴밀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한국은 처음으로 탱크 수출국이 되는 셈이다.》

로템 측은 “독일과 입찰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 제품이 가격과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 방위산업이 수출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초등훈련기(KT-1), 삼성테크윈의 자주포(K-9), 두산인프라코어의 장갑차(K-200) 등이 수출됐다.

○ 수출 앞둔 첨단 병기

LIG넥스원의 미사일과 KAI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은 한국 방산을 대표하는 첨단 병기로 수출 기대 품목 1위다. 미사일 1기당 수십억 원, 훈련기는 대당 200억 원이 넘어 일단 물꼬만 트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함대함 미사일 ‘해성’과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은 사거리와 명중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해성은 적의 레이더망을 피해 마하 0.85의 속도로 수면을 스치듯 날아가 목표물 앞에서 순간적으로 솟구쳐 내리꽂는 공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권병현 LIG넥스원 전략기획팀장은 “정확도가 높은 미사일의 명중률은 보통 70% 안팎”이라며 “신궁과 해성은 지금까지 실사(實射) 테스트에서 한 번도 실수가 없었다”고 자랑했다.

KAI의 T-50 역시 세계 10여 개의 고등훈련기종 가운데 최고다. 세계의 방산업체들이 최첨단 전투기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훈련기 개발엔 소홀했던 ‘틈’을 노린 결과다.

김균명 KAI 홍보팀장은 “미국과 유럽은 각각 1960, 70년대에 개발한 훈련기를 개량해 쓰고 있어 최신 전투기 훈련용으로는 기능이 떨어진다”며 “현재 미국과 아랍에미리트 등이 T-50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수출까지는 인고의 세월

최첨단 무기의 수출엔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받기 위해 국제법인 전략물자통제법과 정부 산하 기술위원회의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 승인을 받은 후에는 방산 선진국과의 치열한 입찰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무기 수출은 단지 한 업체의 기술력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국력, 국제적 무기판매 네트워크, 미국과의 국제관계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

현재 수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무기 협상 자체가 워낙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액수도 천문학적 규모여서 7, 8년 공을 들이는 건 예사”라고 설명했다.

이근재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해외사업팀장은 “최근 중국과 일본이 뛰어들면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가 주도해 온 세계 무기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면서 “국내 방산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기 수출 전문 인력 양성과 무기 거래 네트워크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창원=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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