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정치 본격화? …DJ-홍업 '부자 상봉' 예정

  • 입력 2007년 4월 26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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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 씨가 26일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자 자격으로 김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김 씨는 이날 오후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하려 했으나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방문시간을 돌연 오전으로 변경, 비공개로 김 전 대통령과 30여분간 면담했다.

부자 상봉에는 배석자 없이 김 전 대통령 내외와 김 씨 내외만 참석했으며, 김 전 대통령은 김 씨의 당선인사를 받은 뒤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을 건네며 무척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김 당선자는 면담을 마친 뒤 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박상천 대표 등을 만나 "아버지가 그렇게 기뻐하신 것은 처음 봤다. 평생 그렇게 반갑게 저를 맞이해준 적이 없었다"며 김 씨 당선을 바라보는 DJ의 심경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측 최경환 비서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 내외분은 김 당선자를 성원해주신 유권자들과 국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김 당선자가 유권자와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고 노력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씨의 당선으로 DJ의 대리인이 여의도 정가에 등장하게 됐다고 평가하며 범여권 통합론 등에 초점을 맞춰 '부자 상봉'에 관심을 기울였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 통합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양강 구도에 기반한 단일정당과 단일후보를 강조해왔고, 김 씨도 당선소감을 통해 통합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던 만큼 두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복안을 내놓을 지가 관심사로 부각된 것.

또 김 씨가 당초 무소속으로 출마하려 했다가 DJ의 권유로 민주당 간판으로 선거에 나섰고 초반 싸늘한 민심의 벽에 부딪혀 고전했던 만큼 이날 면담에선 선거 결과와 향후 행보를 놓고 속깊은 대화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DJ 훈수정치 본격화', '김홍업 역할론' 등 정치권의 분석에 대해선 김 씨를 비롯해 김 전 대통령측, 동교동계 인사들 모두 언급을 자제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씨는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표단·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와 만난 자리에서) 통합과 관련된 말씀은 없었다"며 "이제는 당인(黨人)으로서 책임있는 얘기를 해야 하고 당론을 따라야 한다"며 말을 삼갔다.

김 씨는 이어 "어제 당선이 확실해졌을 때 국회의원이 됐다는 기쁨보다 당이 베풀어준 도움을 갚을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며 "50년 전통의 민주당이 중심이 돼 중도개혁세력 통합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협력하겠다. 앞으로 말씀을 많이 듣겠다"고 몸을 낮췄다.

김 전 대통령측은 "홍업 씨를 DJ의 메신저로 평가하거나 DJ가 민주당에 복귀했다는 얘기들이 나도는데 과도한 분석"이라고 지적했고, 전날 무안에서 선거결과를 지켜본 박지원 동교동 비서실장도 김 씨에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더욱 조심하고 겸허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과 김 씨가 선거과정에서 나타났던 '반(反) DJ' 정서를 의식, 더욱 언행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속된 말로 김 전 대통령이 '존경받는 원로'라는 명예를 버리고 아들을 국회에 취직시킨 것 아니냐"며 "김 전 대통령이 여기서 더 나아가면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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