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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1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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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최근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일고 있는 대북 쌀 지원 여부 논란과 맞물려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 양곡 가공 과정에서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시중에 몰래 파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지적도 있어 검찰 수사를 통해 정부 양곡 관리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 양곡 가공공장 전직 간부가 고발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범여권의 A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정부 양곡 가공공장인 H사를 운영하면서 2003년부터 지난달까지 1만2200t의 정부 양곡을 받아 도정한 뒤 정부에 납품했다.
대북 지원용 쌀(5800t)과 학교 급식 및 사회복지용 쌀(6200t)이 대부분이다. H사는 A 의원과 부인, 동생이 회사 지분 전체를 나눠 갖고 있다.
농림부의 ‘정부관리양곡 가공 청산 요령’에 따르면 정부는 농가에서 사들인 벼를 정부 양곡 가공공장에 맡기면서 책임생산량을 정한다.
벼 100kg을 맡기면서 가공 후 쌀 70kg을 책임지고 납품하라고 하는 식이다. 도정 횟수, 벼의 수분, 가공 기계의 상태 등에 따라 쌀 생산량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최소한’의 납품 책임량을 정하는 것.
책임생산량을 넘거나 모자란 부분에 대한 처리 방법은 정부 규정에 따라 책임생산량 초과 부분은 정부에 신고한 뒤 정부와 가공업자가 절반씩 나눠 갖게 된다. 가공업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초과 생산량을 신고하고 초과된 쌀을 어떻게 팔았는지 영수증을 첨부해 보고해야 한다. 정부미를 부당하게 팔아 이익을 챙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반면 생산량이 책임생산량보다 적으면 가공업자가 부족분을 정부 쌀 판매원가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H사는 2003년 정부 양곡 가공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실제 생산량이 정부와 계약한 책임생산량보다 많거나 적다고 신고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관계자는 “추가 생산량이 있는데 신고하지 않았다면 정부 쌀을 몰래 빼돌렸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H사의 전직 간부 C 씨가 “H사가 2003년부터 2005년 10월까지 정부 양곡 가공 생산 초과분을 신고하지 않고 중간상인을 통해 시중에 유통시켜 5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A 의원의 부인을 고발해 옴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A 의원은 통화에서 “고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C 씨는 공장에서 16년 동안 책임자로 일하다 퇴직했는데 뭔가 서운한 감정이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 초과 생산 쌀, 있었나 없었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H사가 정부 양곡 가공 과정에 초과로 생산된 쌀이 있었는데도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몰래 팔았는지 아닌지다.
H사가 2003년 이후 올해까지 신고한 대로 초과 생산한 쌀이 없다면 C 씨는 무고가 된다. 반면 1kg이라도 초과 생산한 쌀이 있었는데 신고하지 않았다면 불법을 저지른 것이 된다.
하지만 매년 책임생산량만큼만 생산했다는 H사의 신고 내용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가공공장이 추산해 정하는 책임생산량이 몇 년간 실제 생산량과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본보가 확인한 결과 H사와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정부 양곡 가공공장도 5년 동안 초과 생산물량이 전혀 없다고 신고했다. 위법이 업계의 관행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도정업계 관계자는 “벼의 품질이나 기계 상태 등에 따라 쌀 생산량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매년 책임생산량에 정확히 맞춰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 “일반미 가격으로 정부미 먹은 꼴”
농림부에 따르면 전국의 정부 양곡 가공공장은 모두 140여 개이다. 대북 지원이나 학교 급식, 군량이나 영세민 지원용 쌀 등을 가공하며 일반 쌀은 취급하지 않는다.
정부 양곡 가공공장은 국내 쌀 수요가 크게 줄면서 가동률이 저조했으나 정부가 2002년 대북 쌀 지원을 시작하면서부터 수익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 양곡 가공공장은 가공을 해 주고 수수료만 받는다. 따라서 정부 양곡 가공공장이 가공한 쌀을 빼돌려 시중에 유통시켰다면 공짜로 얻은 쌀을 돈을 받고 파는 것과 같다.
반면 국민은 정부 창고에서 몇 년 묵은 쌀을 일반미 값으로 사먹은 꼴이 된다. 정부미는 학교나 군부대 등에 일반미의 절반 정도 가격에 보급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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