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탈출 고아 3명 ‘사선에서 쓴 편지’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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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에 조선대사관 사람들이 왔습니다. …욕하고 소리치고 당의 배려가 어떻다느니 하면서… 그 잘난 당의 배려 전 안 받을 겁니다. 조선으로 간다면 전 자살할 겁니다….”

“조선에 끌려가기 전에 지옥 가든 천당 가든 죽을 겁니다. 조선에 가도 죽는 건 마찬가진데요 뭐.”

세 명의 탈북 청소년이 북한으로의 압송을 두려워하며 쓴 편지의 일부다.

최향(14·여) 최혁(12) 남매와 최향미(17) 양, 이 세 사람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태국으로 가기 위해 메콩 강을 건너 라오스 국경을 넘다 붙잡혀 3개월 형을 선고받고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근교의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일본 도쿄(東京)에 본부를 두고 있는 ‘북조선난민 구원기금(北朝鮮難民 救援基金)’은 10일 미 국무부와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 인권특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미성년자인 세 북한 출신 고아가 북한으로 압송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라오스에서 세 청소년을 면담한 이 단체의 가토 히로시(加藤博) 소장은 1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들의 탈북 경위와 근황을 전했다.

최향, 최혁 남매는 함경도 회령 출신으로 1999년 어머니가 기아로 숨지자 친척집을 전전하다 2002년 다른 고아들과 함께 탈북했다. 함경도 무산 출신인 최향미 양은 식량난을 견디다 못해 홀어머니와 2001년 탈북했으나 어머니는 인신매매범에게 걸려 중국 남자한테 팔려갔고 남동생도 잃어버렸다.

라오스 밀입국 죄로 선고받은 3개월 형은 2월 말로 복역 기간이 끝났다. 일부 관리는 “한 명에 1000달러씩을 주면 풀어 주겠다”며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 단체 관계자는 전했다.

6일엔 북한 영사가 라오스 내무부 관리와 함께 이들을 면담했다. 가토 소장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보고에 따르면 영사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은 아이들이 곧 북송될까 봐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6, 7일 쓴 편지에서 “조선대사관에서 우리를 심문할 때 너무 무섭고 떨렸지만 악밖에 안 남아서 ‘난 한국사람이다. (북한은) 다 잊어버렸다’고 막 말했다”며 “제발 조선만 가지 않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국내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중 국경지대에서는 최향, 최혁 남매처럼 10세 안팎의 아이들끼리만 탈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검문검색과 감시가 심하지 않아 몇 명씩 무리를 지어 국경 인근을 떠돌다 중국 땅으로 넘어온다는 것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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