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 장관은 복지부의 아주 중요한 과제와 현안들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질 때까지 장관 직무에 전념할 필요가 있고 사의 수용 여부는 그 이후에 검토해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이 언급한 복지부의 중요 현안은 국민연금법 개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제약 산업 분야의 후속 대책 마련, 의료법 개정 등 3가지다.
문 실장은 ‘사표 반려로 봐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요 현안들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장관 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지금으로선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결정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의 책임을 전적으로 유 장관 개인에게 지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에 대한 반발로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건 일부 의원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인식인 듯하다.
노 대통령은 또 유 장관의 사의를 즉각 수용해 ‘경질’하는 모양새로 열린우리당에 복귀시키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과의 접촉 채널을 유 장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로 바꿨다. 유 장관에 대한 의원들의 ‘반감’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유 장관의 사퇴는 완전히 꺼진 불은 아닌 듯하다. 앞으로 국민연금법 처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유 장관 사퇴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이 유 장관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아니다”고 굳이 말한 것에서도 이런 기류가 엿보인다. 노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유 장관의 사의 표명에 노 대통령이 좌고우면하고 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보드랍고 윤기가 있다)’더니 딱 그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2일 국회 본회의 때 민주노동당과 함께 제출한 국민연금법 수정동의안을 중심으로 이번 주 중 개정안을 낼 예정이다. 열린우리당도 보험료율과 급여율을 다른 당과 조정한 개정안을 이번 주 안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9일 기자회견에서 △4월 중 국민연금법 개정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반대 △원내대표 회담을 통한 단일합의안 도출을 제안했다.
열린우리당 탈당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신당모임은 재정 문제와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며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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