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 사퇴카드’ 쥐고 연금 판세 뒤집기?

  • 입력 2007년 4월 10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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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9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의 수용을 일단 유보했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 장관은 복지부의 아주 중요한 과제와 현안들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질 때까지 장관 직무에 전념할 필요가 있고 사의 수용 여부는 그 이후에 검토해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이 언급한 복지부의 중요 현안은 국민연금법 개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제약 산업 분야의 후속 대책 마련, 의료법 개정 등 3가지다.

문 실장은 ‘사표 반려로 봐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요 현안들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장관 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지금으로선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결정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의 책임을 전적으로 유 장관 개인에게 지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에 대한 반발로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건 일부 의원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인식인 듯하다.

노 대통령은 또 유 장관의 사의를 즉각 수용해 ‘경질’하는 모양새로 열린우리당에 복귀시키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한 정치권과의 접촉 채널을 유 장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로 바꿨다. 유 장관에 대한 의원들의 ‘반감’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유 장관의 사퇴는 완전히 꺼진 불은 아닌 듯하다. 앞으로 국민연금법 처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유 장관 사퇴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이 유 장관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아니다”고 굳이 말한 것에서도 이런 기류가 엿보인다. 노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유 장관의 사의 표명에 노 대통령이 좌고우면하고 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보드랍고 윤기가 있다)’더니 딱 그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2일 국회 본회의 때 민주노동당과 함께 제출한 국민연금법 수정동의안을 중심으로 이번 주 중 개정안을 낼 예정이다. 열린우리당도 보험료율과 급여율을 다른 당과 조정한 개정안을 이번 주 안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9일 기자회견에서 △4월 중 국민연금법 개정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반대 △원내대표 회담을 통한 단일합의안 도출을 제안했다.

열린우리당 탈당 의원들의 모임인 통합신당모임은 재정 문제와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며 국회 국민연금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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