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대한민국 미래는 경제 앞세운 强小國"

  • 입력 2007년 3월 22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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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은 22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한국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목표는 세계경제의 선두주자인 강소국”이라고 역설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경제·사회·교육 등 주요국가 정책과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으며 대권주자로서의 국가경영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과거의 활력을 찾지 못한 채 체력 자체가 약해져 있고, 온갖 병에 시달리는 중환자의 모습”이라며 “어떻게 체력을 키울 것인가라는 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와 지향점, ‘한국의 내일’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100년이 걸렸던 산업화를 40년 만에 이뤘지만 IMF이후 우리 경제는 성장잠재력을 상실했다”며 “대형투자를 선뜻 하는 기업의 수가 극히 드물다. 투자가 없으니 고용이 없고 소득도 증가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수도 부진해진다. 즉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치문제에 대해 “우리사회가 제도적인 민주주의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그 이상의 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즉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실천적 능력을 기르지 못했다”며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추동해야 할 정치에 탐욕만이 기승을 부리며 나라의 내일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만드는 사회적 안전망도 효율적이지 못하고 양극화는 사회통합의 기초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며 “너도나도 집단이기주의의 히스테리에 빠져 서로의 불신만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국가 비전에 대해 ▲기업의 투자부진 ▲한·미FTA 문제 ▲양극화·사회적 자본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비전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2025년이 되면 미국․일본에 이어 한국이 일인당 국민소득 3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독일의 언론은 우리나라가 독일의 1인당 국민소득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했지만 꿈같은 얘기”라며 “대한민국은 규모가 큰 세계 1위의 사회가 아닌 실현 가능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의 한국은 구성원 모두 삶의 질이 향상되는 사회적 능력을 갖추어 국민 대다수를 행복하게 만드는 나라”라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강한 실력을 갖춘 강소국가(强小國家) 또는 강중국가(强中國家)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정부와 기업과 금융이 장기적 관점에서 상생의 관계를 가지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어주고,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유인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각종 규제도 일관성 있게 정비해 투자가 촉진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이 모든 것들이 기업의 눈에는 일관되고 예측가능하게 움직여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FTA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많지만 개방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며 “경제 개방은 사회안전망 구축과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양극화의 해소법에 대해서도 “막힌 곳을 터주는 데 문제해결이 있다. 사회계층의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해줘야 한다”며 “양극화 문제는 ‘시장의 실패’에 속하는 사안이고 이 뒤에는 정부의 실패, 그 뒤에는 정치의 실패가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강소국 전환을 위한 근본과제로 교육문제를 꼽았다. 그는 한국교육의 부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입시가 아닌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하향식 평준화 ▲교육기관의 자율성 ▲재정지원의 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민주화 세력’, ‘산업화 세력’을 운운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중요했던 얘기지만 그러나 다 지나간 얘기들”이라며 “세계경제의 선두주자인 ‘강소국 대한민국’이라는 새 비전 앞에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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