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이틀째…北 “핵 불능화 수개월내 완료”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달 초 미국 뉴욕에서 열린 북-미 양자회담에서 “핵 시설 불능화(disablement) 조치를 몇 개월 내에 완료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 및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북한과 다른 회담 참가국들은 불능화의 방식과 수위에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을 제외한 회담 참가국 간에 불능화를 (시설별 또는 조치별로) 단계를 나눠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

▽합의 가능할까=김 부상을 뉴욕에서 만난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최근 “김 부상과 나는 핵 시설 폐쇄 다음 단계(불능화)가 몇 년이 아니라 몇 개월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북한은 불능화를 오래 끌려고 하지 않는다. 수개월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 2·13합의에 따라 4월 13일까지 핵 시설 폐쇄가 이뤄진 뒤 수개월 내 핵 불능화가 완료된다면 올해 말 이전에 핵 시설 폐기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다.

불능화는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등에서 핵심 부품을 빼내 재가동을 막는 조치. 북한이 제거된 부품을 다시 조립하면 얼마든지 재가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이 상대적으로 재가동이 쉬운 부품을 제거하자고 주장할 경우 구체적인 불능화 방식에 대한 합의 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불능화 작업을 위해선 최소 4, 5개월 동안 원자로를 냉각하고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합의가 늦어질 경우 기술적으로 몇 개월 내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불능화’ 대신 ‘무력화’라는 용어를 쓰는 것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무력화’가 손에 있는 권총을 놓게 하는 조치라면 ‘불능화’는 손을 쓰지 못하게 하는 조치”라며 “진정한 ‘불능화’는 재가동을 불가능하게 해야 하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제거부품 등 처리 가능할까=불능화 조치 과정에서 제거된 부품과 핵 연료봉의 처리 방법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핵 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될 수 있기 때문에 불능화 단계에서 핵 연료봉이 가장 먼저 제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물질 생산 및 확산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국과 미국 등은 제거된 핵 연료봉을 봉인해 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폐기하는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실제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 때도 핵 연료봉의 제3국 이전에 반대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은 이날 6자회담에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된 2500만 달러를 전액 돌려받기 전에는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없다고 버텨 수석대표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마카오 당국이 늦어도 21일 오전까지 북한의 동결 자금 전액을 베이징의 중국은행에 있는 북한 소유의 조선무역 계좌로 송금하기로 했다”며 “21일부터 회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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