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총장의 강의 교재가 던진 메시지는…

  • 입력 2007년 3월 9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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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의 애덤 스미스, '자본론'의 칼 마르크스, 경제 대공황 타개책을 제시한 존 케인즈, 작년 말 세상을 등진 통화정책의 대가밀턴 프리드먼….

여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운찬(59) 전 서울대총장이 서울대 신입생들에게 꺼내든 책 '세상을 구한 경제학자들'에 등장하는 저명한 경제사상가들이다.

정 전 총장은 9일 오전 서울대 멀티미디어강의동에서 열린 `신입생 세미나'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이 책을 권했다.

`신입생 세미나'는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교내의 명망 있는 교수들에게 신입생 교양을 맡기는 1학점 짜리 수업.

정 전 총장은 취재를 위해 '잠입한' 기자들을 강의실 밖으로 몰아낸 뒤 진행한 이날 '비공개' 강의에서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불황에 대응한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논쟁을 담은 이 책을 강의 교재로 공고했다.

이틀 전 같은 건물에서 가진 전공 강의 '경제학 연습Ⅰ'때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노트북에 강의 내용을 기록하는 것을 묵인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정 전 총장은 강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날 강의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쫓아내서 미안하고, 다음 시간에는 들어와도 좋다. 오늘은 `정치 하려면 서울대를 떠나라'는 일부 신문의 사설 등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슨 말을 해도 (언론이)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해명하려면 또 얘기해야 하니 그냥 수업만 하겠다"며 '이번 학기까지는 강의할 계획이며 아직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교내외에서는 이처럼 미묘한 시기에 의미심장한 제목의 책을 뽑아든 것을 두고 정 전 총장이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 순(79) 서울대 명예교수의 팔순잔치 겸 사은회에서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아홉달 열흘 뒤(12월 19일)에 꿈을 이룰 돼지띠 인물'로 언급되면서 '스승' 조 명예교수를 비롯한 동문들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을 받은 것이 바로 전날 저녁이었다는 점도 묘한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점심 식사 약속 때문에 자리를 뜨려다 기자들이 "누구와 만나느냐"고 묻자 "정치인 만나러 나갈까"라며 농반진반의 아리송한 말을 던지기도 한 경제학자 정운찬. 정 전 총장이 과연 어떤 형태로 '세상을 구한 경제학자'에 꼽히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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