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前총리 오늘 방북, 남북정상회담 사전조율 특사?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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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방북하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의 방북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7일 방북하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의 방북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평양을 방문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이 퍼지고 있다.

▽특사?…“당 차원 방북”=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6일 오전 통합신당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위원장인 이 전 총리와 이화영, 정의용 의원,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초청으로 7∼10일 평양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 전 총리 일행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만나 6자회담 2·13합의 후속조치와 남북 경제협력 및 교류 활성화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방북이 지난달 18일 만들어진 당내 동북아평화위원회 차원에서 기획됐다는 당의 발표와는 달리 그 이전부터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 총리가 대북특사 자격으로 남북 정상회담의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 방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노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이 전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과 6자회담 2·13합의 이후 핵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아진 시기임을 감안하면 ‘특사’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가 ‘핵문제가 풀리면 정상회담을 하자’는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올해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설이 끊임없이 여권에서 제기돼 왔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이날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북 성격에 대해 “당이 발표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도 “대통령 특보 자격이 아니라 당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방북하는 이화영 의원도 “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해 방북 일정을 설명하고 김 전 대통령의 조언을 들었다. 이 전 총리 측은 “인사차 방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방북과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는 없었다”며 대북특사설을 공식 부인했다.

▽한나라, ‘북풍’ 경계령=한나라당은 이 전 총리의 방북은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이며 대선을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통일외교 전문가인 의원들과 함께 방북하기 때문에 그런 의혹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또 유 대변인은 “북핵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여건도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대선을 위한 정략적인 ‘국면전환용’ 회담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대선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현재 한나라당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대선 정국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교류와 협력, 안보 등이 이슈가 되면 대선 판도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면서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물론 북한에서도 신뢰하는 이 전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 관련 논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대한민국 대선에 깊이 관여하겠다고 말하는 마당에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은 “정상회담 길닦이가 국민 혈세 갖다 버리는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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