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2월 24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통일연구원 허문영 평화기획연구실장은 ‘김정일 정권하 북한 외교’란 논문에서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김 위원장이 국방위원장으로 선임된 1998년 8월까지 유훈(遺訓)통치기의 북한 외교를 체제수호적인 ‘고슴도치 외교’라고 규정했다.
생존 위협에 처했지만 선제공격을 가하지는 않되 자신에게도 일발의 타격력이 있음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최대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점에서 고슴도치와 비슷하다는 것.
북한은 그 후 선군(先軍)의 기치 아래 강성대국 건설을 표방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과 2001년 1월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2000년 6월엔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그해 10월엔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을 미국에 보내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제안했다. 체제의 도약을 위한 ‘비둘기 외교’였다.
하지만 2001년 1월 북한에 비판적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은 체제의 강화를 위해 ‘전갈 외교’로 돌아선다. 2001년 8월 러시아를 방문했고, 9월에는 북-중 정상회담을 개최해 북-중-러의 연대를 강화했다.
2002년 10월 농축우라늄 확보를 위한 핵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한 뒤 북한 외교는 한결 공격적으로 변했다.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위기의식이 심화된 북한은 급기야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강행했다. 죽기살기식의 ‘독사 외교’였던 셈이다.
북핵 위기는 최근 6자회담 합의로 한 고비를 넘기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북한의 행보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북한이 끝내 핵 보유에 집착할 경우 바나나에 욕심을 부리다 결국 사냥꾼에게 포획되고 마는 ‘원숭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