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北, 영구적인 핵 불능화 받아들이지 않을 것"

  • 입력 2007년 2월 14일 19시 04분


"북한은 핵시설의 영구적인 불능화(不能化·disabling)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일시적인 불능화가 점차 장기화되면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으므로 의미는 있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닷새간 방북해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난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13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베이징 합의는 북한 관리들이 기대한다고 말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이지만, 중유 원조량 5만 t은 그들의 기대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협상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동결과 신고를 비롯한 두 단계에 이어) 언급되지 않은 3단계가 있다. 북한 관리들은 핵시설 및 핵무장을 실제로 해체하는 단계로 진입하려면 그전에 경수로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매우 어려운 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좋은 내용'이라고 본다."

대학원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올브라이트 소장은 1992~199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과 함께 이라크 사찰에 참가한 핵사찰 전문가다. 그에게 북핵 시설 불능화의 기술적 전망을 물었다.

"핵시설 불능화는 영구적인 것과 일시적인 것으로 나뉜다. 그동안 북한 관리들과 불능화에 대해 토론했었는데 그들은 '일시적인 조치'만을 말했다. 그건 단지 시설에서 연료를 빼버리고 원할때는 연료를 다시 넣으면 되는 방식이다. 영구적인 불능화는 연료를 빼낸 뒤 핵심을 파괴하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 북한은 일시적인 불능화만 허용하려 할 것이다. 초기 단계 동안 (북-미 관계 정상화 논의 등)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재가동할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어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제네바 합의와는 '철학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네바 합의의 틀에선 북한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유지할 권리가 있었다. 언제나 재가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지향한다. 물론 북한은 영구적인 불능화 요구에 저항하겠지만 결국엔 영구적으로 불능화하거나 해체하는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실제적인 해체가 몇 년 안에 이뤄지긴 어렵겠지만 일시적인 불능화 상태가 점점 더 길어지면 재가동에 필요한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방향으로 상황이 변화할 수 있다."

―미국 뿐 아니라 북한의 태도도 상당히 변했는데 그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중국의 압력, 핵무기 보유에 따른 자신감, 미국이 이라크 이란에 매여 있는 상황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초기 단계의 합의를 받아들여도 위험 요소가 별로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 관리들은 이미 소형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것을 미사일로 운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원자로 폐쇄는 중유를 얻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에 비하면 작은 비용에 불과하며, 미국이 관계개선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느끼면 언제든 재가동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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