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설이 왜 이래” ‘준비 안된 연설’ 靑참모들 곤혹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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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평가는? 23일 밤 서울역에서 한 시민이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특별연설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들의 평가는?
23일 밤 서울역에서 한 시민이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특별연설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특별연설이 23일 밤 전국에 1시간 동안 TV로 생중계된 뒤 ‘후폭풍’이 거세다. 노 대통령이 야당과 언론 탓을 하며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던 연설 내용은 물론 예정된 방송 시간을 맞추지 못해 준비된 원고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전 준비 과정에서 참모들의 철저하지 못한 보좌로 인해 ‘방송사고’나 다름없는 일이 발생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전날 신년연설에 대한 시중의 반응을 물었고 국정상황실과 치안비서관실 등은 여론과 시청률 등을 보고했다. 참석자들은 이를 토대로 토론을 벌였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설 중에 좀 페이스를 잃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일부 참모 사이에서도 곤혹스러운 기색이 엿보였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중앙언론사 논설위원들과 만나 “예정된 1시간에 맞춰 연설 분량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생생하게 육성을 전달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그렇게 했다”며 “시간이 없어 넘어가는 부분까지도 (국민이) 나쁘게 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신년연설에 대해 “시청률도 지난해보다 올라서 기대했던 것에 비해 크게 빠지지 않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당초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프롬프터(원고 자막기)가 없는 파격적인 국정연설을 기획했지만 노 대통령이 시간 안배에 실패해 연설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와대가 사전에 배포한 연설문은 A4 용지 61쪽에 4만4000자 분량으로 이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2시간도 모자란다는 게 방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예행연습 없이 국정연설을 밀어붙인 것은 너무 안이했다는 것이다.

준비된 원고를 읽지 않고 즉석연설로 하는 방식은 노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신년연설에 앞서 예행연습도 하지 않았다. 여권의 한 인사는 “대통령이 평소 즉석연설에 자신감을 보인 탓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신년연설 결과에 대해선 가급적 언급을 꺼렸다. 세간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평가엔 입을 다물었지만 “사전 준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수석은 “너무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쓸 내용이 많아서 못 쓰는 경우가 있지 않나”라며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꿈과 희망을 갖자는 취지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시간 관계상 그 부분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미처 소화하지 못한 메시지를 25일 신년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 담기로 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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