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단골메뉴,끝나면 흐지부지…軍복무단축 낚싯밥 공약?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6분


‘선거철만 되면 돌아오는 공약(空約).’

내년 대선을 1년 앞두고 정부의 군 복무 기간 단축 검토에 ‘선거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동유럽권 몰락으로 냉전체제가 무너진 1990년대 초반 이후 주요 선거 때마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이 공약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 복무 기간을 줄여 주겠다’는 약속은 제대로 지켜진 적이 거의 없었다. 10대 후반∼20대 초반 남성과 이들 가족의 표를 잡겠다는 욕심에 군 전력과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대안 없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제시됐지만 실제로 군 복무 기간이 줄어든 것은 1993년과 2002년 두 번뿐이었고 1993년의 복무 기간 단축은 대선 전에 미리 확정된 것이었다.

▽“18개월로 단축하겠다”=1992년 대선에서 선거 승패가 20, 30대 젊은 층에 달려 있다고 본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군 복무 기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미 현역 복무 기간(육군 기준)이 1993년 1월부터 26개월로 줄어드는 것으로 확정된 상태에서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는 추가로 2개월 단축을,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무려 8개월을 줄여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민주당은 “남북평화무드가 조성되면 지체 없이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가 당내 비판이 제기되자 “먼저 24개월로 줄인 뒤 군비 통제가 이뤄지면 18개월로 줄이겠다”고 수정하기도 했다. 선거에서는 김영삼 후보가 당선됐으나 약속했던 군 복무 단축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실성 없다”고 비난하다 채택=19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는 모두 현역병 복무 기간을 2개월씩 단축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으나 총선이 끝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두 백지화됐다. “군 복무 기간을 줄이면 전력 유지가 안 된다”는 국방부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었다. 당정 협의에서 군 복무 단축 계획을 없었던 일로 돌린 지 1년도 안 돼 여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다시 1997년 대선에서 현역병 복무 기간을 24개월로 줄인다는 공약을 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선거를 3개월 앞두고 군 복무 기간을 2개월 이상 줄이며 의무경찰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군 경찰 분야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공약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선거가 코앞에 닥치면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그해 12월 군 복무 기간을 4개월 줄인다는 공약을 냈고, 이로 인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는 ‘공약 표절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된 뒤 2003년 군 복무 기간을 공약의 절반인 2개월만 단축시켰다. 1993년 방위병제도가 폐지되면서 병역 기간을 4개월 단축한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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