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가 북한에 보낸 보고 문건에 대한 국정원의 정밀 분석 작업이 진행되면서 일심회 총책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44·구속기소) 씨가 북측에 여러 차례 반성문을 보낸 사실도 밝혀졌다.
▽“빚 갚게 3억 원만 보내 달라”=정보통신 업체 사장을 지낸 장 씨는 지난해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사업권 확보에 실패하면서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장 씨는 “정상적인 남조선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3억 원을 갚지 않으면 어려워질 수 있으니 도와 달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북한에 보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이 일심회 조직원 5명을 기소하면서 장 씨의 대북 보고 문건 내용 중 한 대목으로 소개했던 “송구스러워 벽에 머리를 처박고 싶은 심정”이라는 대목은 장 씨가 북측에 자금 요청을 한 데 대한 반성문 성격이었던 것으로 국정원과 검찰은 보고 있다.
장 씨가 민주노동당 최기영(39·구속기소) 사무부총장 등을 통해 입수해 북한에 보낸 문건에는 올해 10월 민주노동당 방북단 대표 13명에 대한 성향과 자세한 신상 정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서 장 씨는 민노당 방북단원 A 씨에 대해선 ‘요주의 대상 1호’로, B 씨는 ‘뚝심 있는 운동가 스타일’로 묘사했다.
또 노동운동을 주도하면서 회의 때마다 펜으로 꼼꼼하게 표시하는 C 씨는 ‘돈키호테’ ‘빨간펜’ 등으로 표현했다. 직설적인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진 D 씨는 ‘광야를 질주하는 백마’라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신 실패 반성문도 보내”=장 씨는 주로 e메일을 통해 북한과 교신했지만 단파 라디오를 통해 북한의 지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있던 암호 해독용 CD로 수신 내용을 풀지 못하게 되자 북측에 ‘수신실패 보고’를 한 뒤 새로 보충된 음어표를 다시 제공받았다는 것.
이 음어표에는 서울은 ‘워싱톤’, 베이징은 ‘도쿄’, 태국은 ‘멕시코’ 등으로 돼 있고,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는 ‘이사회’로, 해외 접선은 ‘방문’으로, 조국(북한) 방문은 ‘별장’으로 쓰도록 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일심회의 한 조직원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을 하던 중 이 같은 암호를 잘 기억하지 못해 혼선이 빚어지는 바람에 장 씨가 북한 측에 반성문을 보낸 적도 있었다고 공안 당국은 전했다.
일심회 조직원들은 북한 공작원과의 접선을 앞두고 상황별 ‘시나리오’ 교육도 받았다.
공작원과 접촉할 때 질문은 영어로 ‘어디서 신문을 사야 하지요?(Where can I buy a newspaper?)’였고, 대답은 ‘저기요(It’s over there)’였다는 것. 접선에 실패할 때엔 전화를 걸어야 하지만 가급적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교육받았다고 한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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