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머리 처박고 싶어” 장민호, 北에 3억 요구했다 반성문

  • 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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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연루된 ‘일심회’ 사건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추가 수사가 일심회의 하부조직과 이들에게 국가기밀을 제공했을 개연성이 있는 정치권 인사들을 향하고 있다.

일심회가 북한에 보낸 보고 문건에 대한 국정원의 정밀 분석 작업이 진행되면서 일심회 총책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44·구속기소) 씨가 북측에 여러 차례 반성문을 보낸 사실도 밝혀졌다.

▽“빚 갚게 3억 원만 보내 달라”=정보통신 업체 사장을 지낸 장 씨는 지난해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사업권 확보에 실패하면서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장 씨는 “정상적인 남조선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3억 원을 갚지 않으면 어려워질 수 있으니 도와 달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북한에 보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이 일심회 조직원 5명을 기소하면서 장 씨의 대북 보고 문건 내용 중 한 대목으로 소개했던 “송구스러워 벽에 머리를 처박고 싶은 심정”이라는 대목은 장 씨가 북측에 자금 요청을 한 데 대한 반성문 성격이었던 것으로 국정원과 검찰은 보고 있다.

장 씨가 민주노동당 최기영(39·구속기소) 사무부총장 등을 통해 입수해 북한에 보낸 문건에는 올해 10월 민주노동당 방북단 대표 13명에 대한 성향과 자세한 신상 정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서 장 씨는 민노당 방북단원 A 씨에 대해선 ‘요주의 대상 1호’로, B 씨는 ‘뚝심 있는 운동가 스타일’로 묘사했다.

또 노동운동을 주도하면서 회의 때마다 펜으로 꼼꼼하게 표시하는 C 씨는 ‘돈키호테’ ‘빨간펜’ 등으로 표현했다. 직설적인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진 D 씨는 ‘광야를 질주하는 백마’라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신 실패 반성문도 보내”=장 씨는 주로 e메일을 통해 북한과 교신했지만 단파 라디오를 통해 북한의 지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있던 암호 해독용 CD로 수신 내용을 풀지 못하게 되자 북측에 ‘수신실패 보고’를 한 뒤 새로 보충된 음어표를 다시 제공받았다는 것.

이 음어표에는 서울은 ‘워싱톤’, 베이징은 ‘도쿄’, 태국은 ‘멕시코’ 등으로 돼 있고,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는 ‘이사회’로, 해외 접선은 ‘방문’으로, 조국(북한) 방문은 ‘별장’으로 쓰도록 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일심회의 한 조직원이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을 하던 중 이 같은 암호를 잘 기억하지 못해 혼선이 빚어지는 바람에 장 씨가 북한 측에 반성문을 보낸 적도 있었다고 공안 당국은 전했다.

일심회 조직원들은 북한 공작원과의 접선을 앞두고 상황별 ‘시나리오’ 교육도 받았다.

공작원과 접촉할 때 질문은 영어로 ‘어디서 신문을 사야 하지요?(Where can I buy a newspaper?)’였고, 대답은 ‘저기요(It’s over there)’였다는 것. 접선에 실패할 때엔 전화를 걸어야 하지만 가급적 그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교육받았다고 한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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