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국회 ‘예산심의 두 얼굴’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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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고통 분담과 예산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정부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가 정작 자신들이 쓸 예산은 120억 원 가까이 늘린 사실이 10일 확인됐다. 국회는 특히 행정부 예산을 심의하면서 출장비 특별활동비 등을 주요 삭감 대상으로 삼았으나 국회 예산 심의 때는 30억 원가량 늘리기로 해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거꾸로 가는 국회 예산=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인 내년도 국회 예산안은 699억5000만 원으로 정부가 배정한 581억2700만 원보다 118억2300만 원이 늘었다.

국회 예산안에 대한 1차 심의를 맡은 국회 운영위원회가 애초 배정 금액보다 20.3%나 늘려 예결특위에 올린 것이다. 2006년 국회 예산(526억1500만 원)과 비교해 보면 32.9%인 173억3500만 원이 늘었다.

항목별로는 △의정활동 지원비(28억1000만 원) △제2의원회관 건립(34억 원) △국회 청사 관리(35억8000만 원) △입법정보화(20억 원) △도서관 자료 확충(3300만 원) 등이다.

의정활동 지원비의 경우 고속철도(KTX) 등을 이용한 의원 공무수행 출장비(4억7400만 원)와 의원 입법 및 특별활동비(21억3600만 원)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는 국회가 다른 부처 예산 심의 때 주요 삭감 대상으로 정한 대표적인 항목들이다.

앞서 정부는 239조 원의 내년도 예산을 책정하면서 출장비 여비 사무용품 구입비 등 ‘경상경비’를 전 부처 공통으로 5%가량 삭감한 9조5000억 원으로 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정도 줄여서는 국민의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예산 심의 조정 과정에서 9500억 원을 추가로 줄이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한나라당은 또 특별활동비, 특정 업무경비 등도 실제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이 어려운 대표적인 불투명 예산이라며 전 부처를 통틀어 4000억 원 정도 깎겠다고 밝혔다.

한 의원 보좌관은 “행정부의 특별활동비는 대공수사, 기밀수사비 등 영수증 없이 쓸 수밖에 없는 돈이 대부분으로, 반드시 필요한 항목이다. 하지만 국회는 수사기관도 공작기관도 아니니 특별활동비를 책정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만 빼고 고통분담 하자?=제2의원회관 건립을 위한 기본조사 설계비 34억 원은 정부가 배정한 예산안에 없었던 것. 여야 의원들이 합의해 국회에서 새로 집어넣은 대표적인 ‘끼워 넣기’ 예산인 셈.

하지만 국회의 이런 ‘내 몫 챙기기’를 견제할 기관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관한 한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데다 정부 모든 부처의 예산 심의권을 쥐고 있는 국회에 ‘시비’를 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예결특위는 조정을 거쳐 15일경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을 확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 예산 배정과 증액 과정을 보면 다른 정부 부처와의 형평성은 찾아볼 수 없다”며 “국회는 ‘고통’을 분담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의원들은 최근 의원 보좌진 2명을 늘리고 일부 직급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2007년 국회 예산 증액 현황 (단위: 원)
사업 항목2006년 예산2007년 예산내용
정부 배정액국회 증액
의정활동 지원290억3700만314억6900만28억1000만출장비 특별활동비
제2 의원회관건립없음없음34억조사 설계비
국회청사 관리 및 노후시설 보완 92억700만108억7500만35억8000만주차장 확대
입법 정보화117억3900만127억3200만20억회의장 수리 등
도서관 자료 확충 26억3200만 30억5100만3300만전자책 서비스
합계526억1500만581억2700만118억2300만699억5000만
(국회계류·정부 배정+국회 증액)
자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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