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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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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참여정치실천연대, 국민참여 1219, 신의정연구센터, 신진보연대 등 친노 그룹에 소속된 중앙위원, 당원협의회장, 시도당 상무위원, 청년위원장 270여 명은 이날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대책위원회의 즉각 해체와 당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전당대회준비위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김근태 의장이 이끌고 있는 비대위가 지난 6개월 동안 보여준 것은 무능과 독단뿐이었다”며 “당내 갈등과 당-청 갈등만을 조장하면서 정작 중요한 국정 현안에는 당론 하나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해 한 자릿수 지지율의 식물 정당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당의 진로와 관련된 모든 것은 전당대회에서 평가받아야 하고, 당의 운명은 당원들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정련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라며 신당파의 탈당을 요구했다.
▽신당파, “설문조사는 예산안 처리 이후로”=비대위는 이날 오후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당초 6∼8일 소속 의원 전원을 상대로 당의 진로를 묻기로 한 설문조사를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점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설문조사 결과가 ‘통합신당 찬성’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용을 놓고 생길 수 있는 객관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고, 정기국회 회기 중에 당내 문제에만 매달렸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당의 진로를 둘러싼 논의가 갑자기 공개적이고 당원까지 직접 나서 토론하는 광범위한 상황으로 급변했다”며 “설문 항목 설계에 대해서도 시간을 두고 야무지게 잘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친노그룹의 반격에 의원뿐 아니라 당원까지 가세하면서 확전된 만큼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김 원내대표는 오전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는 것이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나라와 국민에게도 좋은 것”이라며 “국민이 당-청 관계에 대해 이제는 짜증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통령 때문에 우리 당이 이렇게 됐다거나 당이 잘한 게 뭐 있느냐면서 서로를 탓하며 세월을 까먹는 건 ‘이건 아니잖아’감”이라며 “국회가 열리는 동안 의정 활동에 전념하는 것을 방해하는 상황은 4일자로 끝나야 할 것”이라고 대통령의 ‘발언 자제’를 촉구했다.
▽신당파, 왜 주춤하나=열린우리당의 당규에 따르면 내년 2월 정기 전당대회를 개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 등 통합신당파는 전당대회를 무기로 공세적으로 나오는 노 대통령과 친노파의 기세를 반격할 카드가 많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신당=호남당’으로 규정하면서 정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결판을 내자는 노 대통령의 선전포고를 맞받아서 전당대회를 ‘토론의 장’으로 만들 경우 통합신당 구상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신당파의 판단이다. 친노파가 소수이기는 하지만 결속력이 강해 전당대회장을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5일 열린우리당 의원 1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1명(48.6%)이 친노파가 주장하는 전당대회를 통한 당 진로 결정에 반대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당파가 탈당할 수도 있지만 명분이 약해 이 또한 마땅치 않다. 원혜영 사무총장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신당은 의원들이 ‘특정 계파 빼고 우리끼리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정 의원도 “신당은 결국 민주당과 통합이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말한 그 부분은 맞다”고 했다.
탈당을 주도할 구심점도 없다. 한 초선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이나 김근태 의장이 ‘나를 따르라’고 한들 누가 나가겠느냐. 섣불리 탈당했다가는 ‘낙동강 오리알’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당내 다수 통합신당파가 속으로 부글부글하면서도 행동은 주저하는 형국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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