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하든, 내 식대로 간다?…‘지고는 못사는’ 盧대통령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한-印尼정상회담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오른쪽)과 정상회담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이날 원자력 및 관광 협력협정을 맺고 산림, 반부패, 에너지, 중소기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자카르타=석동률 기자
한-印尼정상회담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오른쪽)과 정상회담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이날 원자력 및 관광 협력협정을 맺고 산림, 반부패, 에너지, 중소기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자카르타=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4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과 방문 중인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야당과 자신의 뜻을 따라오지 않는 여당에 대한 불만과 원망만 있을 뿐 ‘내 탓’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 실패는 주변 탓’=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야당의 반대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그동안 수많은 각료와 정부산하단체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다수 여론, 심지어 일부 여당 의원까지 부정적 의견을 제시할 때에도 뜻을 굽힌 적이 거의 없다. 최근 한나라당의 반대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지만 이는 청와대가 절차상 하자로 위헌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노 대통령은 편지의 상당 부분을 여소야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할애했지만 17대 국회가 정말 여소야대인지도 의문이다. 당초 여당 의석은 과반수인 152석이었으나 정부 여당의 실정 때문에 재·보궐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한 결과 139석으로 줄어들었다.

야당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을 거부한 것을 문제 삼은 데 대해 한나라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우리가 ‘코드 인사’, 부동산 정책 실패, 한미 동맹에 대해 비판할 때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불쑥 그런 회의를 제안하면 덥석 받아줄 줄 알았느냐”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 말기에 정치권이 대선에만 몰두하고 여당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국정통제시스템이 와해돼 외환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도 사실 관계에 문제가 있다.

▽‘누가 뭐래도 6·25전쟁은 내전…’=노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술탄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경제인 오찬간담회’에서 6·25전쟁을 ‘내전’이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했다. 지난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포 만찬회에서 6·25전쟁을 ‘내전’으로 불러 논란을 부른 지 보름 만의 일.

노 대통령은 이날 “우리 한국은 식민지, 그리고 국지적 내전, 전면적 내전, 그리고 가난을 극복하고 산업과 정보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전면적 내전’은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일어난 6·25전쟁을 의미하며 ‘국지적 내전’은 1948년 미 군정하에서 발생한 제주도4·3사건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캄보디아에서 ‘내전’ 발언을 했을 때 일부 언론과 학자들이 “6·25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하는 것은 주로 북한과 일부 좌파 성향 학자들의 시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전’ 표현을 고집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25전쟁은 북한이 소련 중국과 긴밀히 협의해 일으킨 국제전 성격이 강한 전쟁”이라며 “이를 내전으로 규정할 경우 전쟁 책임이 남북 모두에 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연정은 옳은 제안?’=노 대통령은 이날 편지에서 “지난해 연정을 제안했던 것은 야당과의 협력과 타협을 통해 국정 교착상태를 풀어보고자 했던 것”이라며 “제가 다시 제안할 수는 없지만 한국정치 발전과 국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연합정치는 언젠가는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인도네시아는 5개 정당이 여야가 연합정치로 정부를 구성하여 정치 경제를 이끌고 있다”며 “이것은 인도네시아가 대단히 성숙한 정치적 역량이 있는 것이고 국가적 리더십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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