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 하루 3번 바뀐 ‘고무줄 예산’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1분


코멘트
국무조정실이 산하 연구소 설립을 위한 예산을 국회에 요청하면서 예산 총액을 수차례 늘렸다 줄였다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한나라당 A 의원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고위 관계자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예산결산특별소위 소속인 자신의 의원실을 찾아와 국토연구원 안에 ‘건축도시공간연구소’를 설립하려 하니 예산 심의 때 25억4100만 원을 책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도시 건축 환경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만큼 건축도시공간연구소를 세워 경쟁력 있는 도시 설계를 통해 도시 공간의 품격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21일 대통령소속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김진애 위원장은 같은 사안으로 A 의원실을 방문해 20억 원가량 많은 45억 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이 다녀간 지 채 30분도 안 돼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직원이 다시 찾아와 “예산액이 잘못됐다”며 김 위원장이 요청한 것보다 10억 원가량 적은 35억5000만 원으로 예산액을 정정했다.

예산 수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재수정을 한 뒤 30분이 지나자 이번에는 국무조정실 간부가 같은 의원실을 찾았다.

이 간부는 45억 원도 35억 원도 아닌 20억2300만 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불과 30분 간격으로 요청 예산액이 3차례나 바뀐 것.

그러나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 예결소위에서 국무조정실은 연구소 설립 예산으로 35억 원을 요청했고, 예결소위는 25억 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A 의원은 “이번 사례를 보면 정부의 예산 요청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측은 “연구원 40명 기준으로 45억 원을 요구했지만 국무조정실이 국회 심의 과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20명 기준 20억 원을 희망한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인원 36명에 35억 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해명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