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주류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떼라’ 직격탄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정치권 ‘새판 짜기’ 방향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전선(戰線)이 31일 외교안보 분야 개각을 계기로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당내에서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싼 각종 논의가 난무하고 있지만 역시 문제의 본질은 노무현 대통령과 당의 관계가 어떻게 정리되느냐로 집약된다.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개각과 관련해 “대통령께서는 널리 인재를 구해 (외교안보 분야) 드림팀을 짜고 남은 임기 동안 여기에 집중해서 총력을 기울이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발언은 여기서 그쳤지만 즉각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은 정계개편 등 정치 현안에는 손을 떼라”는 복선이 깔려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노 대통령이 최근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으로 정무특보단을 확대 개편하고, 노 대통령의 386 측근들이 과거 ‘친노 세력’ 재건 움직임을 보이자 작심하고 치고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김 원내대표는 김근태 의장 등 당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 문제에 전념하고 당의 진로는 당이 주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내 다수 통합신당파의 대체적인 기류다.

그러나 청와대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날 저녁 당초 2일로 예정된 외교안보 분야 개각을 하루 앞당기겠다며 유력 인사들을 발표해 버린 것.

김 원내대표 측은 개각 사실에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 측에선 “청와대가 심하다”는 반응과 함께 대응책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이번 개각이 정계개편 논의와 함께 당내 분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당의 세력 분포로 볼 때 통합신당파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내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이나 호남 의원 등도 대부분 ‘통합신당’을 말하고 있다.

이에 친노 그룹은 열린우리당을 리모델링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태도다. 즉 재창당론, 혹은 열린우리당 ‘선(先)자강론’인 셈이다. 이른바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트리오 중 신 의원도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다.

통합신당파와 자강론을 주장하는 친노 그룹이 정국을 바라보는 인식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공통된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분당 전초전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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