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인에 2시간 억류…차명진의원이 밝힌 ‘황당사건’ 전말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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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인 10여 명에 의해 2시간이나 억류됐으며 험악한 반말과 모욕적인 명령을 들었다.”

금강산 방문 북한 초병에게 아이스크림을 주려다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억류됐다 풀려난 한나라당 차명진(사진) 의원이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봉변’의 경위를 자세히 설명했다.

▽본보 18일자 A14면 참조▽

▶“초병에 땅콩 건네다…” 금강산 관광객 출발 지연

차 의원은 북한에 연탄아궁이를 지원하는 민간단체 ‘새천년생명운동’ 자문위원으로 관광객 900여 명과 함께 16일 1박 2일 일정으로 금강산에 갔다가 사건에 휘말렸다. 차 의원은 첫날 오전 온정리에서 열린 아궁이 공사 완공식에서 “등 따시고 배부른 것은 어느 나라나 백성의 염원이고 위정자의 책무지만 역사적 정치적 이유로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북측 전역에 아궁이가 퍼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사를 한 이후 북측이 자신의 사진기를 빼앗으려 하는 등 감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새천년생명운동 인솔자는 이날 모란각 만찬 때 차 의원에게 “북한이 꺼려해 메인테이블에 모시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것. 차 의원이 식사 도중 잠시 바깥에 나가자 낮에 사진기를 빼앗으려 했던 북측 인사가 다가와 “당신 딱 찍혔어. 군관동무가 당신을 딱 찍었단 말이야. 화합의 자리니까 잘하라우”라며 반말로 ‘훈시’를 했다는 것.

‘억류 사건’은 다음 날 발생했다. 차 의원은 오후 2시경 금강산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온천욕을 한 뒤 동료 3명과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며 숲길을 걷다 북한군 2명에게 “아이스크림 드실래요”라고 물었다. 군인들이 “근무 중에 그런 거 안 먹는다”고 거절해 차 의원 일행은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10m쯤 걸어가자 한 군인이 “거기 서시오. 근무 중인 군인에게 음식을 권했으므로 억류해야겠다”며 차 의원 일행을 불러 세웠다는 것. 곧이어 오토바이를 탄 군인과 자동차를 탄 기관원 등 군인 10여 명이 와서 “벌 받는 자세가 잘못됐다” “똑바로 서 있어라” 등의 지시를 했다.

이러기를 한 시간. 주둔부대의 최고위급 장교가 차를 타고 와 “공화국 군인들에게 과자부스러기를 던져주고 희롱이나 하면 되갔소”라고 묻기에 차 의원은 “선의였지만 규정에 어긋났다면 미안하다. 그리고 정중히 권했지 희롱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장교는 “잘못해 놓고 기딴 식으로 뒷짐이나 지고 서 있으면 되갔소? 바로 서지 못하갔소? 사과하는 자세가 안됐구만. 사과문 쓰시오”라고 다그쳤다.

이에 차 의원이 “못 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2시간이나 억류했다. 책임지라”고 하자 장교는 사라졌다.

차 의원은 현대아산 관계자가 “사과문은 쓰지 말고 유감이라는 글만 남겨 달라”고 부탁해 “선의로 북측 군인에게 음식을 권했으나 규정에 어긋나 미안하다”는 글을 썼고 사태는 해결됐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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