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환 전 향군 부회장 "내 입으로 외압 말하기 곤란하다"

  • 입력 2006년 9월 18일 1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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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정치활동 논란에 휘말려 사퇴한 박세환 전 재향군인회 육군 부회장의 사퇴 배경을 놓고 외압 의혹이 일고 있다.

박 전 부회장은 1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전시작전권 단독행사(환수) 반대를 위한 500만 서명 운동행사 때 낭독한 성명서에 향군법의 정치활동 금지조항을 위반한 대목이 포함됐다는 논란 속에 17일 자진 사퇴했다.

당시 그가 읽은 성명서 중 문제가 된 것은 "전시작전권 단독행사 추진이 이뤄지더라도 내년 대선에서 재협상을 공약하는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하게 해 기필코 차기정권이 재협상을 하도록 할 것"이라는 대목.

일부 여당의원들은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를 문제 삼았고 박유철 국가보훈처장은 "정치활동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제재하느냐를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향군을 지도 감독하고 있는 보훈처는 박 전 부회장이 집회에 참석해 문제의 성명서를 낭독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기도 했다.

또 당시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향군법 폐지안을, 열린우리당의 박명관 임종인 의원은 향군의 활동을 제대군인 복지에 국한시키거나 복수의 향군설립을 허용하는 향군법 개정안 등 향군을 겨냥한 3건의 법안을 상정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일각에선 박 전 부회장의 사퇴가 외압에 따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박 전 부회장은 18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외압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어려운 상황에 처한 향군 조직을 보호하고 이번 사태로 향군의 활동이 제약이나 압박을 받아선 안 된다는 판단으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군은 과거 대선 때마다 후보들을 모셔다가 안보관과 국가안보에 대한 소신을 듣곤 했다"며 "그런(성명서 낭독) 문제로 일부에서 제재를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향군 관계자는 "박세직 회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박 전부회장의 사퇴를 적극 말렸지만 이번 사태로 향군 입지가 어려워지고 여러 경로를 통해 압박수위도 높아지니 사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외압 의혹을 거론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가안보를 위한 행사에서 낭독한 성명이고, 향군 차원에서 해명을 했음에도 향군법 폐지 운운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며 "만약 정부나 정치권에서 이 문제로 계속 향군을 압박할 경우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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