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사일 관련 북한협상의지 없다＂ 최종 판단

미국은 '미사일 국면' 이후 북한의 동태를 분석한 결과 `협상의지'가 없는 것으로 결론내리고 본격적인 대북 제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현재의 태도를 고수할 경우 더 이상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유엔 결의안에 따른 제재 조치를 시행할 방침을 한국과 중국 등 관련국들에 전달했다고 정부 소식통이 12일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했지만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더 이상 설득노력은 없다'는 최종판단에 이르게 됐다는 입장을 우리를 포함한 관련국들에게 전달했다"면서 "앞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11일 유명환 외교부 차관과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자리에 이런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으며 이에 대해 한미 양국의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은 조만간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밝힐 조치에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해제했던 대북 제재를 복원하는 것이 골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은 북한이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계좌 동결에 대해 6자회담과 무관한 법 집행 사안인 만큼 기존의 계획대로 지속적으로 관련 조치를 취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힐 차관보는 5일부터 10일까지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만날 것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정부는 미국의 방침에 대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이에 따라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한 제재 추진국가와 한국과 중국 등 대북 설득 노력 국가 간 신경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11일 천 본부장과의 만찬 회동이 끝난 뒤 "북한으로부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떠한 심각한 제안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그들은 9·19 공동성명 이행의지를 보여준 것이 없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또 9월 중순부터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7월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열린 '10자 회동'과 유사한 다자회동을 갖자는 방안을 제의했다고 천 본부장이 전했다.

미국 측 제안에 대해 천 본부장은 "6자회담의 신뢰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그런 형태의 다자회동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다자회동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6자회담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북한의 극적인 자세 변화가 없을 경우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대북 제재와 함께 '제재에 상응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북한의 호응이 없을 경우 한국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