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공동성명도 없는 韓美정상회담인가

  • 입력 2006년 9월 11일 03시 05분


14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선 공동 언론발표문이나 성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두 정상의 심한 관점 차이 때문에 회담 직후 기자회견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북의 미사일 발사 후 2개월여 만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이런 식으로 끝난다면 양국 동맹관계가 결코 정상(正常)이 아님을 거듭 확인시켜줄 뿐이다. 회담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많은 국민은 크게 실망하고 장래의 안보에 대해 더 불안을 느낄 것이다.

두 정상 간 회담은 이번이 6번째다. 그중 공동발표문이 나오지 않은 회담은 2004년 11월과 작년 6월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은 나를 좋아한다” “만나보니 아무 문제가 없더라”고 해 왔다. 지난주엔 루마니아에서 “한미관계를 탈 없이 조정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대통령의 외교 감각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진짜 무감각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번 회담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전시(戰時)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대북(對北) 제재 방안 등은 논의의 방향에 따라 당장의 안보는 물론이고 국가 진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죽하면 회담을 눈앞에 두고 우려와 고언이 그치지 않을까.

외교부 장차관, 대사 등을 지낸 전직 외교관 160명은 어제 전시작전권 환수작업 중단을 촉구했다. 한승주 전 주미대사는 그제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해 “더 적은 안보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우려와 고언을 가슴에 담고서 부시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 노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부시 대통령과 만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의사를 위임받아 만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민족공조’나 ‘자주노선’ 표명 등으로 한미관계를 더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객기(客氣)를 부리기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너무 심각하고 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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