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내달 14일 워싱턴서 정상회담…‘벌어진 동맹’ 좁혀질까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9월 12∼15일 미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워싱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라고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이 16일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발사 문제의 해결 및 한미동맹 발전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나 양국 정상의 시각차가 워낙 커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겉과 속 다른 회담’=부시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막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게 미국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노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압박 강도가 심해질 경우 북한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15일 8·15경축사에서 “(북한의) 적대적 감정을 자극해서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 수위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부시 대통령은 형식적으로 ‘참고하겠다’는 정도의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압박 강도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부시 대통령이 먼저 PSI 얘기를 꺼내면서 한국이 PSI에 적극 참여하기를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 PSI 문제를 노 대통령에게 얘기해 봤자 통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한국의 대북 지원 문제 및 개성공단 개발 속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미 양자 접촉의 필요성을 언급할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협의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내에선 미국이 전직 대통령이나 그에 준하는 전직 고위급 인사를 평양에 보내는 게 북핵 문제를 풀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불신하는 부시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알맹이 없는 회담’=한미동맹 문제에 대한 논의도 ‘공고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정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노 대통령과 한 5차례의 회담 결과에 비춰 이번 회담에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며 “정책 공조를 하기 위한 알맹이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앞서 그리스(3∼5일), 루마니아(5∼7일), 핀란드(7∼9일)를 국빈 방문하고, 10∼11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제6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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