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비관한 50대 밀입북 시도…북한서도 “입국 사절”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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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한 유모(50) 씨는 19세 때 상경해 가구제작업체와 공장 등을 전전했다.

1993년 경북 월성원자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머리와 어깨를 크게 다쳤다.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 등에 산재보험을 신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는 어쩔 수없이 노점상을 했지만 그마저도 단속에 걸려 벌금만 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인생을 비관한 유 씨는 ‘남한 정부는 가난한 자를 억압한다. 북한에 가면 무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 씨는 귀순 대학생이 펴낸 북한 지리책을 틈틈이 읽었으며 밀입국 자금을 마련하는 대로 북한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3월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눈을 다친 그는 보상금 300만 원을 타냈다.

같은 달 말 중국 톈진(天津)행 배를 탄 유 씨는 북한과 인접한 훈춘(琿春)으로 이동했고 같은 해 4월 25일 조선족 동포에게 부탁해 두만강을 건넜다. 그러나 북한 군 당국에 곧바로 체포된 그는 입북 경위 등을 조사받다가 보름 만에 중국으로 추방됐다.

중국 공안의 조사를 마친 유 씨는 같은 해 5월 입국했다.

유 씨는 약 5개월 뒤 중국으로 다시 출국을 시도했지만 밀입북 경력이 문제가 돼 입국이 거부됐다. 중국 측이 유 씨의 밀입국 사실을 곧바로 통보하지 않아 공안 당국은 최근 유 씨를 체포했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송찬엽)는 10일 유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공안 당국은 유 씨가 북측에서 지령을 받았는지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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