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통일관 변했다… 서서히 이뤄야”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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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엔 ‘내일 당장 통일해야 한다! 아니다, 오늘 해야 한다!’라고 외쳤습니다. 지금은 통일에 대해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통일은 서서히 이루어야 할 일입니다.”

남북 작가들의 단일 조직으로 곧 출범할 6·15민족문학인협회의 남측 회장을 맡은 고은(73·사진) 시인은 “남북통일은 백년 사업”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통일이 커다란 역사운동이라고 인식했는데, 지금은 ‘민족사의 극적인 절정’이 아니라 보이지 않게 이어져 가는 ‘자연의 운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시인은 “과거에는 ‘통일은 무조건 좋다’는 통일 절대주의, 통일 맹목주의가 우리를 사로잡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분단을 극복해서 통일로 가야 한다’는 당위를 추종할 때가 아니라 새로운 렌즈로 현실을 바라봐야 하고 이미 우리는 통일의 길로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심경 변화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언제부턴가 ‘통일은 역사운동이 아니라 자연운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만길 씨 등 역사학자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통일운동의 뜻을 같이했지만, 지금은 역사학자들의 관점과 시인으로서 나의 관점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면서 “남북통일은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라 돌아보니 어느새 문득 와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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