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뭘 노리나…또 ‘벼랑끝 도발’ 비싼대가 치를듯

  • 입력 2006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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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북-미 양자 직접대화 요구가 거부된 상황에서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거꾸로 미국의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왜 발사했나?=5월 초부터 뜸을 들여 오던 미사일 발사를 전격 강행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미국에 대해 양자협상에 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1차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말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한성렬 차석대사는 미국에 대해 북한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즉각 거부하고 오히려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 내부 체제 결속을 다지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김용수 교수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체제 전환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체제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 이른 것 같다”며 “미사일 발사는 문제를 일으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면 돌파 방법”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김태효 교수도 “미사일을 안 쏘면 북한 내 군부를 포함한 소수 정예 엘리트의 반발 등 내부적 문제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처지에서 더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도 발사 강행 요인으로 보인다. 1998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1호를 발사했을 당시에도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강력한 제재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중국 등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결국 의장성명 발표로 끝났다.

▽발사의 득실은?=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일반론이다. 하지만 북한식 계산은 다를 수 있다. 대미 협상력 제고라는 대외적 효과와 결속력 강화라는 대내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 체제 결속은 단기적으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CBM인 대포동2호 발사가 성공할 경우 중동에 국한해 수출하고 있는 미사일과 그 부품 및 기술에 대한 잠재적인 고객 리스트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셈법이야 어찌 됐건 대포동2호 미사일 시험발사가 실패로 끝남으로써 북한은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테러와의 전쟁 및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를 새로운 세계질서의 양대 축으로 생각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말을 듣지 않는 ‘불량배’인 북한에 경제 제재 등의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이 틀림없다.

미국과 찰떡 공조를 과시하는 일본이 이에 적극 동참한다면 김 국방위원장의 통치 자금줄이 완전히 막힐 수도 있다.

북한이 얻으려는 궁극적 목표 중 하나인 미국과의 양자협상 등 관계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5일 오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능률협회 초청 강연에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더는 용인되지 않으며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점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어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북-미 양자협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일하게 대북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남측 정부의 입지도 축소될 상황이다. 전통적인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도 이번 발사를 못마땅해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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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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